▲ 이종섭 정치팀 |
정치라는 게 기본적으로 말 잔치다. 그래서 못 믿을게 정치판이기도 하다. 선거 때만 되면 허울좋은 공약 보따리를 잔뜩 풀어놓고, 당선되면 나몰라라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정치 불신의 주범이다.
그래도 이 때 만큼 유권자들이 제대로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때가 없다. 후보자들이 꺼내놓는 보따리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바로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동네 일꾼'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의 '주인 대접'이 영 신통치 않은 모양새다. 지방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렇다할 공약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할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준비된 일꾼'을 자임하며 이러저러한 '말 풍선'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어디에 뭘 짓겠다', '어디에 뭘 지원하겠다'식의 산발적인 선심성 공약들만 일부 눈에 띌 뿐, 지역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구상과 이에 비롯된 구체적인 실천 계획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권자들이 공약을 보고 '이 사람이 가진 정책적 비전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얘기다.
선거가 보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아직까지도 차별화된 정책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선거 전략 때문이라면 더 늦기 전에 보따리를 풀어놓고 유권자들에게 판단 기회를 줘야 할 것이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자질 부족을 깨닫고 깨끗히 퇴장하기 바란다.
'말 잔치'에 '말'들이 없으니 영 구경할 맛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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