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 |
혹자는 말한다. 투표당일 하루만 주인노릇을 하고 임기 내내 종복 노릇을 하는 게 선거라며 시니컬한 웃음을 짓는 지성도 있다. 이번 선거에선 세종도시, 국민복지, 4대강 준설, 안보문제, 일자리 창출, 학교급식 등을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다.
그 바람에 광장은 시끄럽다. 중구난방으로 말이 많은 선거철이다. 그래서 정치에 있어 전체주의(독재)는 자체의 경직성으로 망하고 민주주의는 말잔치로 국력을 소모한다는 말이 있다. 부(富)의 축적과 분배를 놓고도 아옹다옹하는 통에 동화에 나오는 〈걸리버여행기〉를 연상시킨다.
대인국과 소인국의 싸움박질 곡절은 계란의 두툼한 쪽과 뾰쪽한 쪽을 빨아 먹는 방식이 다르다고 싸움질이다. 복지예산을 늘려라 개발예산이 우선한다고 날을 세운다. 민주풍토의 여야관계는 주적이 아니라 공존, 공생하는 ‘합의집행자’라는 점을 잊은 듯하다.
상대방 폄하발언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여인과의 스캔들을 놓고도 자신의 행각은 〈플라토닉 러브〉라는 것이고 상대방은 퇴폐행위라고 욱질러 대기 일쑤다. 정치는 견제와 조화라지만 충청권은 ‘세종시’ 문제에 유독 민감하다.
당초 안은 물 건너가고 이제는 대안이 논의의 대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원안보다 더 뛰어난 대안(代案)이라지만 이를 듣는 충청인의 표정은 밝지 않다. 더 큰 선물이라는 대안은 어떻게 믿느냐는 여론이다. 이 세종시 문제는 충청인에게 복음(선물)인지 상처로 이어질 것인가를 걱정하는 추세다.
그러니 충청인의 정서와 초상(肖像)은 어떤 것인가 하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들 충청인에게는 그간 몇 가지 별명이 따라다녔다. 〈양반〉이라는 칭호와 함께 〈멍청도〉, 〈핫바지〉라는 닉네임이 그것이다. 너그럽고 넉넉한 체질의 충청인….
남성다운 영남인을 〈돈키호테〉에 접목시킨다면 호남 기질은 인내심 강하고 사리에 밝은 〈햄릿〉형에 대입시켜 본다. 그렇다면 충청인은 〈제3인간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상은 문학사상에 나오는 인간유형을 말한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남성다운 기개의 인간형. ‘섹스피어’의 〈햄릿〉형은 인고를 타고 기다릴 줄 아는 끈기의 인간형…. 여기서 충청인 기질은 안수길의 소설에 나오는 〈제3인간형〉이라 할 수 있다. 여울물처럼 급하지 않고 대하(大河)의 저류처럼 흐르는 중후한 체질이라 한다면 과대포장이라 할 것인가.
어쩌면 충청인은 지난날 패거리 정치의 탁류 속에서 의연한 자세로 임해온 셈이다. 청색바람이 경부선을 타고 북상하고 황색바람이 호남선을 타고 불어닥칠 때 충청인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그 바람을 걸러내며 여과시켰다.
역대 대통령 선거전에서 80%를 던진 일이 없는 고장이요, 완충인 동시에 〈로터리〉구실을 해왔다. 선거에서 〈싹쓸이〉는 있어 곤란하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사디즘〉의 늪으로 기울기 쉽다. 지방화시대의 표상은 EU와 미국, 일본 등에서 찾는다지만 〈스위스〉가 표본이 아닐까한다.
스위스는 유독 지방은 있고 중아개념이 없는 나라로 작자만 큰 나라, 세계의 중심이요, 분쟁의 완충지대 〈옴니버스〉의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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