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주남 대전시 감사관 |
중국 명나라 학자 홍응명이 지은 철학서 채근담에는 관리들의 처세술을 이렇게 강조한다. '居官有二語曰惟公則生明惟廉則生威(거관유이어왈유공즉생명유렴즉생위).' 오로지 공정하면 밝은 지혜가 생기고 오로지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말이다.
목민관의 도덕 교과서라 할만한 목민심서 청심(淸心)편에는 다산 청약용 선생의 청렴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廉者牧之本務萬善之源諸德之根廉而能牧者未之有也(염자목지본무 만선지원 제덕지근 불렴이능목자미지유야).' 청렴은 목민관(관리)의 기본 임무로, 모든 선(善)의 근원이고 모든 덕(德)의 근본이기 때문에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 노릇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고려 말기 명장 최영 장군은 '돈을 돌〔石〕 보듯 하라'고 하였다. 돈 앞에는 법도 없고 도덕도 없는 황금 만능주의를 추구하는 세태를 경고하고 있다.
태국의 수도 방콕 시장을 지낸 스리무앙 잠롱은 청빈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태국말로 '나이사안'(깨끗한 사람)이다. 국제무대에서는 '미스터 클린'(Mr Clean)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관리를 눈을 비비고 봐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청렴하다고 알려진 공직자도 인사 청탁, 부정축재 등으로 중도 하차하는 일을 수없이 보고 있다.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현장이나 정치판,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법조 역시 청백리 정신과는 거리가 먼 비리들이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온다.
주목할 것은 유교 사상과 미풍양속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저질러지는 비리는 바로 온정주의(nepotism)때문이라는 데 있다.
우리 주변에 어떤 이가 교통사고에 연루됐다고 하자. 가해자든 피해자든 다급해진 사고 당사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나 보험사 직원이 알아서 처리할 텐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경찰이나 힘께나 쓰는 검찰·언론 등에 있는 지인을 찾아 들이 대는게 우리 심리다. 사건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법대로 기다리는 사람은 되레 힘없고 무능한 사람처럼 보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장래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지게 될 젊은이들의 취직 현장에서도 줄대기 행태가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정치인, 고위관료, 기업체 중역 등 소위 '빽'을 찾아 나선다. 이 같은 끗발을 내세워 뒤를 봐주고 끼리끼리 검은 돈을 챙기는 토착적 온정주의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한 청렴사회 건설은 요원(遙遠)할 것이다.
우리 사회악의 중심인 온정주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슴과 머릿속에 채색된 고정관념과 관행을 털어내는 정신 개조가 뒤따라야 한다. 부단한 진동과 자극으로 스스로를 뒤흔들어서 부정부패 구덩이를 파낸 후 그 자리에 새로운 품종인 청렴정신을 집어넣어 싹을 틔워야 한다.
과거에 비해 공직사회가 깨끗해지고 성숙해졌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국가청렴도 순위가 38위로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 경쟁국보다 한참 아래로 우리 공직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청렴도 세계 1위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10위권인 복지선진국인 핀란드보다 더 높은 청렴 선진국 건설을 위해서는 우리공직자 뿐만 아니라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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