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5월의 함성 이땅의 민주화 초석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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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5월의 함성 이땅의 민주화 초석마련"

오늘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그날의 기억 30년전 광주 금남로, 군부에 맞선 시민들 눈에 선해 젊은이들 민주화 앞당긴 '역사적인 날'로 기억했으면

  • 승인 2010-05-17 23:00
  • 신문게재 2010-05-18 6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전남대 등에서 계엄군과 대학생 간 등교 문제로 충돌이 있었던 이튿날인 1980년 5월 18일 일요일 오후 2시. 조선대 2학년 휴학 중이었던 이씨는 친구들과 계엄군의 납득하지 못할 행동에 항의하려고 금남로로 나섰다.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이 “계엄군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간간이 외쳤지만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평온하던 금남로였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잠시뿐이었다. 갑자기 금남로 1~5가에 빼곡히 진을 있던 계엄군 수백여 명이 시민과 학생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씨는 “군인들이 소총 개머리판, 군홧발, 대검 등을 휘두르며 무차별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다”며 “여기저기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지는 자가 셀 수 없었다”고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군인들에게 머리, 가슴 등 온몸을 구타당한 이씨는 광주 상무대의 군부대로 연행됐다. 머리가 찢어지는 등 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군인들은 이씨를 치료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운동화를 왜 신고 있었느냐? 데모하러 나온 것 아니냐?”라고 묻는 군 수사관들에게 사흘 동안 시달리고 나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이씨가 석방된 21일, 광주 시민들은 무자비한 계엄군 진압에 맞서기 위해 무장하기 시작했다.

계엄군으로부터 내 아들, 딸, 가족을 지키려면 무장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계엄군의 발포도 시작되면서 광주의 비극은 절정에 다다랐다.

이씨는 “석방된 후 거리 곳곳에서 군인들이 쏘는 M-16 총소리를 들었고 총상을 입은 시민들도 목격했다”며 “끔찍했던 순간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씨는 이어 “당시 TV에서는 시민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빨갱이와 고정간첩들이 일으킨 것이라고 나와 어이가 없었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1987년 대전으로 올라와 정착한 이씨의 바람은 소박하다. “민주화의 초석이 된 5·18항쟁이 젊은 세대 등에게 단순한 사건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 씁쓸하다”며 “5·18이 이 땅의 민주화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대전, 충청권에는 이씨처럼 5·18항쟁에 직접 참여했거나 이와 관련된 일을 했던 85명으로 구성된 '5·18 유공자동지회 대전충청지부'가 설립돼 있다.

이 단체는 18일 오전 10시 대전시청 세미나실에서 5·18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대전·충남 기념식을 갖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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