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리에는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기 그지없다. 정당별로 정해진 색상의 옷을 입고 어떤 사람은 어깨띠를 매고 후보를 알리기 위해 명함을 돌리는 모습이 전투를 방불케 한다. 박지성 등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귀국해서 이미 훈련에 합류했고, 지난 일요일에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치르는 등 남아공 월드컵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꽃 한번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차가운 주검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그들. 46인 대한의 아들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된다.
미국 워싱턴 DC 교외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는 “Freedom Is Not Free”라는 글이 적혀 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 동상 아래에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구하는 자유를 얻고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것이 자유인 것이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자유를 지키려 희생한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고 희생한 46인 대한의 아들.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고, 대한민국과 국민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이 편지 한 통을 부쳐 본다.
사랑하는 대한의 아들아!
평온한 바다 한가운데 갑자기 '꽝!' 하는 소리에 놀라 영문도 모르는 채 두려움에 빠졌을 너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환하던 배 안이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하고, 차디찬 바닷물이 고된 하루일과를 마치고 쉬려고 준비하던 너의 피부에 느껴지면서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을, 어쩌면 너의 몸이 먼저 그것을 느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지는구나. 대한의 아들아!
바닷물이 차오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물의 차가운 기운만을 느끼며 겁에 질려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너의 모습, 처절하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너의 절규, 그 절규를 외치고 외칠 때 너의 곁에 아무런 도움도 없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두려웠을까 생각하니 또다시 마음이 아프구나. 대한의 아들아!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너의 손이라도 잡아 주고 너의 몸이라도 안아 주었을 것을 그렇게 못한 내가 부끄럽고, 너만 생각하면 눈물이 흐르고 멈추지 않는 눈물이 잠시 마른 얼굴을 다시 적시는구나.
사랑하는 대한의 아들아! 한번만 더 너를 보고 싶은 마음에 매일 매일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잠을 청하건만 잠은 오지 않고 머릿속이 텅 비어 그저 눈물만이 흐르는구나. 빨리 잠이 들어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오늘도 잠들 수 없구나.
사랑하는 대한의 아들아! 이제 그만 너를 놓아주려한다. 내가 너를 놓아주지 않으면 네가 편히 쉬지 못할 것 같구나. 너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인해 너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구나. 마지막 순간에 두렵고 힘들었던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이제는 편안하게 쉬거라.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너희들의 숭고한 희생을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