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서구 선거관리위원회 선거감시단 기동팀이 모 시의원 후보 개소식에 출동했다.
도착 즉시 이환수(52) 팀장의 눈은 후보 사무실 건물 앞에 진열된 개소식 축하 화환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화환이 인도로 나와 있으면 선거법에 저촉되는 상황.
이 팀장은 후보 측 관계자를 불러 “화환을 들여놔라.”고 경고했고 후보 측은 “사무실이 좁아서 어쩔 수 없다. 다른 후보도 같은 상황인데 왜 우리만 갖고 이러느냐?”라고 읍소했다.
결국, 개소식이 끝나는 즉시 치우기로 합의하고 나서 실랑이는 마무리됐다.
이 팀장은 개소식 장소에 있는 음식물 종류도 일일이 조사했다.
▲ 후보자들의 입후보가 끝나면서 선거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 서구 선거감시단이 대중이 몰리는 둔산의 한 학교체육대회 현장에서 선거운동원들의 움직임을 동영상과 카메라등으로 촬영하며 감시의 경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김상구기자 |
그는 “개소식에서 후보 측과 지지자 간 다과를 위한 간단한 요깃거리는 허용되지만 식사류는 기부행위로써 선거법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시각 이 팀장과 동행한 최정렬(46), 최문규(21) 감시원은 후보자와 지원 나온 모 정당 국회의원 연설에 귀를 쫑긋 세웠다.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연설내용을 모두 캠코더로 촬영했다.
최정렬씨는 “후보자들이 연설하면서 상대 후보 또는 경쟁 정당을 비난하는 발언을 할 수 있어 증거를 잡기 위해 캠코더로 모두 그 내용을 채증한다”고 말했다.
개소식 전 이환수 팀장 일행은 서구노인회 관광 출발장소에 들렸다.
여야 각 당 국회의원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는 지지 호소를 위해 놓칠 수 없는 ’밥상’이기 때문에 감시원단도 그냥 지날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버스 안에 들어가 “오랜만입니다. ○○당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하자 최정렬씨가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최씨는 “예비후보자들은 버스 안에서 명함을 돌리지 못할뿐더러 지원 나온 국회의원도 자칫 이 자리에서 ○○당 후보 △△△씨 부탁합니다.”라고 했다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며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6.2 지방선거를 보름여 남겨둔 시점에서 선거 감시원단은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불법 선거운동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개소식뿐만 아니라 체육대회, 야유회 출발장소 등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만나는 곳이면 어김없이 선거감시단은 암행어사처럼 따라붙는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명선거 실현을 위한 이들의 밀착감시는 계속된다.
현장을 감시하는 기동팀, 유권자들에게 선거 홍보와 투표를 독려하는 예방홍보팀, 선거비용을 확인하는 비용팀 등으로 구성되고 서구선관위에만 30명, 대전시 전체로는 15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서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고발, 수사의뢰, 경고 처분한 건수는 모두 10건이다. 대전시 전체로는 57건에 달한다.이환수 팀장은 “선거감시원단은 공명선거 실현을 위한 최일선의 파수꾼”이라며 “선거감시단을 선거가 임박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전문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상시 운영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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