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환 한국조폐공사 기술처장 |
지난달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새로 발행될 100달러 지폐의 디자인과 위변조방지 장치를 소개했다. 이를 계기로 화폐디자인, 위조방지 장치 등에 대해 우리나라의 5만원권과 비교해 보았다.
내년 2월 10일부터 전 세계에 유통될 예정인 미국의 새 100달러 지폐는 기존 달러의 전통을 중요시하는 관점에서 설계가 됐다. 전통적인 녹색조의 색상을 바탕으로 다른 6개 권종과 같은 크기를 유지하면서 인물초상의 크기를 확대하고, 약간의 디자인만을 변경하는 수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는 모든 권종의 크기와 기조색상이 동일해 액면 식별이 용이치 않은 점을 고려해서 인지 새 100달러 지폐는 뒷면에 금색으로 숫자 '100'을 크게 인쇄했으나,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장치는 없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화폐는 모든 권종이 세로방향은 크기가 같지만, 가로방향과 기조색을 차별화함으로써 권종 식별이 용이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식별요소를 모든 권종에 적용해 사용자의 편리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5만원권에는 일반인 식별 위조방지 장치로 현재 가장 우수한 장치로 알려진 띠형 홀로그램이 적용되었으나, 새 100달러 지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유로화에는 띠형 홀로그램이 있으나, 홀로그램의 문양이 부정위치인 반면 5만원권은 정위치 문양으로 위조방지의 난이도가 훨씬 배가된 특징을 갖는다.
가장 강력한 위조방지 장치는 누구나 쉽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위조를 어렵도록 하는 장치라 할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위조를 불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은 없다. 다만, 위조를 엄두내지 못하도록 하거나 위조된 것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만 있을 뿐이다.
세계적인 위조지폐 감식전문가가 “아무리 전문가라도 인쇄원판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절대로 똑같이 만들 수 없는 지폐”라고 극찬한 것과 같이 5만원권에는 일반인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보안요소들이 적용되어 있다.
화폐의 품질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유통수명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20달러의 수명이 24개월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1만원권의 유통수명이 55개월임을 감안 할 때 품질수준도 선진국과 비교해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사무자동화기기의 급속한 발달로 정교하면서도 사용이 간편한 첨단 인쇄나 컬러복사 장비보급이 확대되어 손쉽게 화폐위조가 시도될 수 있는 대중적 범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하게 디자인하고 위조방지 장치가 탑재됐다고 하더라도 사용하는 국민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2009년도에 유통지폐 100만장 중 3장의 위조지폐가 발견되었는데, 이중 32.3%는 한국은행의 화폐정리 과정에서, 67.1%는 금융기관에서 발견했으며, 일반 국민에 의해 발견된 위조지폐는 0.6%에 불과하다고 한다. 발견된 위조지폐는 대부분 컬러 출력물로 약간의 관심만 갖고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인데도 일반인들에게 잘 발견되지 않는 것은 무관심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에서 물건을 사고 100달러 지폐로 지불하면 무안할 정도로 요목조목 세밀히 관찰하는 외국인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장 많이 지니고 싶어 하는 돈의 사용습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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