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사고 자살어민 유족 20억 소송

국가·선주 등 상대 4명 위자료 청구… 대법원 상고결과 영향 '촉각'

2007년 12월 발생한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목숨을 끊은 주민의 유가족들이 국가와 선주 등을 상대로 20억 원 규모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지지부진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의 배상은 물론, 피해지역 주민들이 삼성중공업(주)을 상대로 제기한 대법원 상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기름유출 사고로 생활고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민 가모(61)씨 등 4명의 유족들은 12일 서울 중앙지법에 “국가와 업체들은 연대해 A씨 등 유족에게 각각 위자료 5억 원씩을 지급하라”며 국가와 삼성중공업(주), 허베이스피리트 선박(주)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기름유출 사고 때문에 수 십 년 간 해 오던 어업을 할 수 없게 됐고, 배상금마저 받을 길이 막막해지자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소송 제기의 이유를 밝혔다.

양식업이나 어업, 요식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이 아무런 잘못없이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생활기반을 상실했고, 사고 후 2년이 지났지만 가해회사나 당국에서 생계터전 복원과 피해배상에 아무런 조치가 없는데 통분해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며 “가족의 사망이 주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하라”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특히 “국가는 대량의 원유가 유출된 대형 오염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재난방지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았고, 48시간 이상 유출을 방치, 방관함으로써 사고에 이르게 했다”고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

앞서 2007년 12월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바지선이 홍콩선적의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 8000여t의 기름이 유출되면서 태안군 연안 등 서해안이 오염됐다. 이로 인해 태안 부근에서 어업 및 관광업 등에 종사하던 주민 4명이 피해를 입었으나 보상을 받지 못하자 2008년 1월과 지난 2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