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훈]스승의 날! 선생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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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훈]스승의 날! 선생님 힘내세요

[목요세평]정순훈 배재대 총장

  • 승인 2010-05-12 23:00
  • 신문게재 2010-05-13 20면
  • 정순훈 배재대 총장정순훈 배재대 총장
스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때만 되면 생각나는 그리운 선생님과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많다. 옛날 시골 학생들은 매우 가난했다. 다 쓴 공책을 지우개로 지워서 다시 쓰고 점심을 굶는 학생들도 많았다. 부모님 농사일 도와주고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를 결석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 시절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도 일손이 모자라 농사일을 도왔다. 대부분이 검정 고무신을 신었다. 흰 고무신을 신는 학생들은 매우 드물었다.

▲ 정순훈 배재대 총장
▲ 정순훈 배재대 총장
혹여 부모님께서 명절날에 운동화라도 사주시면 닳을까 걱정하며 손에 들고 다니기도 했다. 여러 해 신어 다 닳아 버린 검정고무신 밑창으로 아카시아 가시라도 박히면 발바닥에는 피가 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긋지긋한 가난이었다. 그 시절 선생님들은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들의 집을 찾아갔다. 아무리 바빠도 제자들을 학교에 보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다. 선생님도 농촌의 가난한 생활을 모를 리 없다. 그러한 선생님이 집에 오시면 학생들은 구세주를 만난 양 좋아했다. 새카맣게 탄 얼굴로 일하던 제자를 만난 선생님은 반가운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 시절 선생님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구세주의 손길이었다.

더운 여름날 선풍기도 없던 교실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학생들은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았다. 이를 눈치 챈 선생님은 수업을 중지하고 학생들을 냇가로 데리고 갔다. 학생들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물장구를 쳤다. 헤엄치며 물싸움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선생님은 뚝 위에 앉아 혹시 깊은 물에 빠지는 학생이 없나 쉼 없이 둘러 보셨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스승의 날만 되면 선생님의 그 자애로운 마음이 가슴에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추억이 되어 버렸다.

지금의 학생들은 그 가난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게에 가면 먹을 것도 많고 생활용품도 많은 데 그것을 사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도 가난 때문에 결식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다. 소년 소녀 가장들도 많다. 그리고 그것을 안타까워하며 제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참 스승님들도 많다. 예전의 선생님들처럼 지금의 선생님들도 제자의 곁에서 기쁘고 슬픈 일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현대사회의 발달은 그러한 것들을 예전의 추억으로 치부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에 난방시설이 되어 있다. 덥다고 수업 중에 학생들을 데리고 냇가로 갈수도 없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의 많은 비판을 받을 것이다. 가정방문도 촌지다 뭐다해서 없어진 지 오래다. 일선 선생님들은 스승의 날 조차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하루하루 제자들을 가르치느라 파김치가 되어 있다.

수업 이외에 잡무도 많다. 알찬 수업을 위해 연구도 해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신상을 면밀히 파악하여 학생지도도 해야 한다. 하루 25시간을 뛰어야 하는 직업이 선생님이다. 퇴근 후 소주 한 잔도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이 있을까 노심초사 하며 마음 놓고 마시지를 못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러한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선생님들의 처진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이제는 선생님들의 처진 어깨를 세워 주어야 한다. 더 이상 스승의 날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졸업 한 제자가 찾아오고 꽃 한 송이로 선생님께 고마움과 존경을 표하는 그러한 교육의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님들도 마음속으로 자신의 아들딸을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을 표할 때 우리 선생님들의 어깨는 불쑥 올라 갈 것이다. 스승의 날에 제자들을 보며 신명나게 덩실덩실 어깨 춤 추는 선생님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스승의 날!
선생님들 힘내세요. 선생님들이 힘을 내실 때 우리의 교육계는 백년대계를 위한 신명나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래없이 일궈낸 경제성장의 주역들을 길러낸 주인공이요, 지구촌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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