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진정한 연주에 보내는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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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야기]진정한 연주에 보내는 '박수'

  • 승인 2010-05-11 23:00
  • 신문게재 2010-05-12 10면
  • 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아무리 들어도 그게 그것인 것 같고,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공연장을 찾기도 망설여진다. 이런 고민을 이번 주부터 오지희 교수가 풀어준다.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에 빠져보자. <편집자 주>


 오늘날 음악회장이나 공연장에서의 관객의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더욱이 일반인들의 문화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갈증은 음악회장을 찾는 회수나 각종 기관의 문화 관련 아카데미 강좌, 어린 자녀들이 문화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체적인 행위로 확연히 이전과는 차별화된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회라도 열릴 때에는 일찍이 표가 매진되어 잠시 꾸물거려 표를 놓친 행동을 후회하게 만든다. 잘 나가는 영화와 달리 음악회는 대부분 단발성으로 끝나기 때문에 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그날의 공연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종합해 볼 때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단순히 경제적 지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문화적 수준에 대한 욕구는 이미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도 클래식 음악회장에서 벌어지는 어떤 현상에 대해선 좀 더 세세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것은 바로 기악음악보다 특히 클래식 성악음악회에서 벌어지는 박수의 과잉행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박수에 있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도리는 클래식 음악회장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대중음악 콘서트장에서의 박수는 연주에 활기를 불어넣고 공연장을 스펙터클한 환호의 장소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박수와 환호는 대중음악 연주자의 흥을 돋우면서 공연장의 열기를 고조시킨다. 오히려 대중음악에서의 박수는 음향효과가 증폭된 대중음악 자체의 속성과 부합하는 행위로 과잉보다는 빈약한 반응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 연주회장에서는 연주 시작 전 핸드폰에 대한 경고와 악장과 악장 사이는 박수를 치지 말라는 음성을 내보낸다. 작은 핸드폰 소리조차 연주엔 방해가 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특성상 관객들은 기침소리나 작은 소음도 경계하고, 악장과 악장 사이가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지, 언제 이 곡이 완전히 종결되는지 귀를 곧추세운다. 악장간의 관계를 파악하느라 프로그램 순서도 열심히 쳐다본다. 음악에서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말라는 것은 악장의 끝이 곧 작품의 끝이 아니라는 뜻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음악의 흐름이 끊어져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합의의 결과이다. 그래도 기악음악에서는 인식의 저변 확대로 현재 박수를 쳐야 되는 순간과 아닌 때를 관객들이 잘 인지하고 있다.

같은 클래식이지만 성악 음악회에서는 이러한 합의가 아직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흔히 성악음악에서는 교향곡이나 협주곡의 긴 악장 개념보다는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곡이 불린다. 예컨대 가곡이나 오페라의 아리아, 각 나라의 민요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보통 성악가는 장르, 특정 주제나 작곡가별로 묶어 두 세곡을 한 작품 번호 아래 배열한다. 이 경우 성악음악에서도 기악음악처럼 악장 간의 박수 개념이 적용된다. 다시 말해서 성악가가 슈만의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 전체를 다 노래한다면 그 작품 안의 모든 곡이 다 마무리 됐을 때 비로소 연주에 대한 기쁨과 감동을 박수로 표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 섹션 안의 여러 개의 아리아나 민요도 그 해당 부분의 연주가 모두 끝나야 하나의 작품 개념이 종결되는 것이다.

  최근 몇 개월간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일련의 성악 연주회에서 관객들은 매 곡이 끝날 때마다 연속적으로 박수를 보냄으로써 진정한 연주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성악가는 짧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매번 인사하느라 연속적인 음악의 흐름이 단절되어 당혹감을 느꼈고, 일부 반주자나 연주자는 박수로 인해 계속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음악 상황이 야기되는 것에 대해 일말의 불쾌감을 표명하기까지 했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곤혹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며, 동시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도 자신이 주도적인 마땅한 가치 표현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훌륭한 연주에 대한 관객의 답례가 곧 박수로 드러날 때, 박수의 과잉행위는 관객의 의도와는 달리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클래식 성악 음악회에서도 연주자와 관객 모두가 만족하면서 서로가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타이밍에 꼭 맞게 박수를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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