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옥 태안 원이중 교사 |
8시 30분이 되면 담임선생님은 교실로 나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책을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던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 교실로 보내고, 도서관을 정리한다. 이 시간이 짧지만 제일 행복한 시간 중의 하나다.
우리 학교는 3월 초 2주간에 걸쳐 가정방문을 했다. 큰 학교에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하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을 담임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과목 이름을 붙여 '과학샘, 수학샘' 이렇게 부른다. 모든 선생님과 친하니 굳이 담임선생님과 비담임선생님을 구분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누가 누구의 동생이고 누구네 집은 무슨 농사를 짓는지 아이들 사정을 훤히 아는 것, 이것이 작은 학교의 교사로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적어도 아이들 이름을 모르거나 서로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는 그런 어색한 일은 없다.
'지금 우리의 꿈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 학교의 비전이다. 작은 시골학교이지만, 이 아이들을 이삼십년 후의 우리 사회에 봉사하는 리더로 키우는 것이 교장선생님과 우리의 꿈이다. 건강한 체력과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고자 1인 1악기 연주하기와 1스포츠 활동으로 전교생이 검도를 배우고 기타나 관악기를 연주한다. 외부강사를 초청해 학습코칭을 하고, 매주 목요일 8교시는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한다. 주말엔 독서 캠프와 제과 제빵, 한국 전통 무용을 배운다. 5월말에는 캄보디아로 국외 체험학습을 떠날 예정이다. 아이들도 바쁘고 선생님들도 바쁘다. 근데 그 바쁨이 싫지만은 않다. 학교는 아이들 삶의 거의 전부다. 작은 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줘야 하고 큰 꿈을 갖게 해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보람 있는 일이다. 아이들의 삶에 조금 더 깊이 파고 들 수 있는 것, 이것이 작은 학교의 교사로 살아가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러나, 작은 학교의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서점에 있는 책표지에 환하게 웃고 있는 선생님의 얼굴처럼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 작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의 가장 어려운 점은 뭐니뭐니해도 업무의 양이다. 우리 학교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 그것을 어렵게 하는 교사의 업무를 줄이고자 교장선생님과 모든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만만하면 그것이 문제이겠는가? 좀 더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공문서 처리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밭을 가꾸고 화분에 꽃을 심는 학교, 남자 기술가정 선생님이 아이들과 빵과 과자를 굽는 학교, 점심시간마다 악기를 하나씩 들고 연주하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학교, 도서실에 빽빽이 앉아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진 학교, 작은 학교가 분명 아름다울 수 있다. 그것을 믿기에 나는 오늘도 서산~태안 간 4차선을 달려서 원북을 지나 원이중학교로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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