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 사용이 일반화되고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가까운 교외에 위치한 건축문화재나 관광지를 답사하면서 여유시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관심분야가 같은 사람들은 동호회를 만들어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인터넷 카페나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일반적 관심 이상의 전문지식을 겸비한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종묘, 석굴암·불국사, 창덕궁, 화성 등 우리나라의 건축문화재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더욱 더 건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우리의 뛰어난 건축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근대건축'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1876년 개항 이후부터 해방 전후까지(또는 좀 더 기간을 확장하여 1960~70년대) 서구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건축물을 말하는데, 크게 4가지의 경로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선교사를 통해 지어진 크리스트교계 건물, 둘째는 일본인에 의해 지어진 관청건물, 셋째는 외국공관 건물, 넷째는 외국인상사 건물이 그것이다.
이 시기의 대부분은 일제하에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일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나 크리스트교계의 건물은 일본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상태로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에 당시 우리나라가 서구의 건축을 어떻게 이해했고 표현했는가를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그리고 근대건축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문화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서구의 기독교 문화가 수용되면서 우리의 전통적 유교문화와 충돌하게 되는데 이 때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즉, 기독교가 수용되던 조선후기는 유교적 '남녀유별' 사상 때문에 '남·여'가 서로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었던 시대였다. 그래서 이때의 예배공간에는 남자석과 여자석 사이에 서로 보이지 않도록 휘장을 설치해 놓았던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특한 현상이었다.
대전 인근에는 이러한 크리스트교계의 중요한 근대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에 본인은 근대건축을 오랫동안 답사하면서 느꼈던 점들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내용들을 지면을 통해 펼쳐보이고자 한다.
대전과 인근에 위치한 근대건축물을 소개하면서 미술사적인 측면에서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근대건축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희준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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