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50·청양)씨는 요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모내기를 앞두고 있지만 일손을 돕던 아내가 축사에 꼼짝없이 매여 혼자 일을 해야하는데다 신경 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양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부인은 소 20여마리를 키우는 축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고 폭락한 쌀값으로 올 벼농사도 걱정이다. 김씨는 “한 가지로는 생계 유지가 안돼 소도 기르고 채소도 조금 재배하는데 냉해에, 구제역에 올해는 시작도 하기 전에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채소와 과수 피해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농심(農心)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쌀값 하락 등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스스로 수입원을 다변화한 농민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악재가 농업 대부분의 영역에 악영향을 끼쳐 이중, 삼중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까지 농업에 종사하는 충남의 농가 수는 모두 15만 8528가구로 경북과 전남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이 가운데 벼 등 한 작물만 재배하는 전업농과 축산 또는 화훼 등을 겸업하는 농가는 각각 9만 2562가구(58%)와 6만 5966가구(42%)로 비슷하다.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00년보다 전체 농가 수(17만 9550가구)는 줄었지만 겸업 농가 비율(6만 2041가구, 35%)은 크게 높아진 수치다.
농산물 시장이 기후 등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안정된 생활을 위해 수입원을 다양화했지만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모두 손해를 보게 된 꼴이다.
무엇보다 자영농과 달리 대부분 빚을 내 운영해야 하는 농민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수입이 사라지면서 고스란히 빚더미에 나 앉게 됐다. 김 모(52·논산)씨는 “딸기 재배 수익으로 벼농사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수확량이 크게 줄어 빌린 자금마저 갚지 못할 상황”이라며 “쌀값도 크게 떨어져 아예 농사를 짓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민회 관계자는 “농민들이 자연 재해 등에 영향을 적게 받으며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기반시설 지원 등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시우 기자 jabd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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