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동춘당에 생긴 것과 사라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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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희]동춘당에 생긴 것과 사라진 것

[기자수첩]임연희 인터넷방송국

  • 승인 2010-05-10 23:00
  • 신문게재 2010-05-11 7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보물 209호 동춘당이 9개월 만에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동춘당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수목을 정비하고 주변 지형을 낮춤으로써 동춘당과 고택(대전시 유형문화재 3호), 송용억 가옥(대전시민속자료 2호) 등 문화재들이 새롭게 조명되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그러나 시민들은 동춘당 공원의 변화된 모습에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나무 그늘이 없고 산책로에는 시멘트와 돌무더기들만 쌓여 있다는 둥 불만을 쏟아낸다.

대전시가 동춘당의 옛 모습을 회복하고 명품공원으로 만들겠다며 국비 31억 원, 시비 13억 원 등 모두 44억 원을 들여 정비한 동춘당 근린공원에 새로 생긴 것은 무엇이며 사라진 것은 무엇일까?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수변공간인데 송용억 가옥 옆 연못에서부터 광장을 가로질러 실개천이 흐르고 분수에서 시원스레 물이 뿜어져 오르며 목재 데크에서 주변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화재와 도난 등 문화재보호를 위해 동춘당에는 CCTV와 감지기를 설치했으며 밤에는 조명을 켜 주민들에게 동춘당의 야경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라진 것은 무엇인가? 공원 주변에 울창하던 스트로브 잣나무 260여 그루 대신 어린 나무들로 교체됐으며 쌍청당 송유의 후손으로 송경창과 그의 손자 시승, 시승의 아들 유관 등 송씨효자 3세의 효행을 기린 정려비도 자취를 감췄다.

송경창은 왜적이 81세인 부친을 해하려하자 이를 막다가 칼에 오른손이 끊어져 피가 땅에 흘러도 왼팔로 아버지를 안고 놓지 않아 부친을 살렸으며 그의 후세들도 대를 이어 효를 실천해 송씨삼세효자정려비는 회덕이 예와 효의 고장임을 알려주는 귀한 자료다.

동춘 선생이 독서와 교육을 하면서 인재를 양성하던 동춘당 옆으로 불쑥 솟은 CCTV와 감지기, 조명 때문에 굴뚝마저 낮게 세우던 동춘 선생의 단아한 인품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여기다 회색 컨테이너 박스를 엎어 놓은 것 같은 관리사와 현대식 화장실, 가로등까지도 동춘의 선비정신을 좇기에는 부족하며 거문고를 타는 바위라는 금암(琴巖)도 그동안 금자(琴字)밖에 보이지 않다가 이번 공사를 통해 암자(巖字)까지 드러났으나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화단 속에 박혀 있다.

대전시는 동춘당이 근린공원이기 전에 동춘 선생의 고결한 선비정신이 깃든 대전시민의 정신적 고향이자 보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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