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현실과 연극은 혼동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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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현실과 연극은 혼동하지 말아야

[여론광장]박경신 정신과 전문의, 서산굿모닝의원

  • 승인 2010-05-09 23:00
  • 신문게재 2010-05-10 21면
  • 박경신 정신과 전문의박경신 정신과 전문의
친한 친구가 딸과 같이 진료실을 방문하였다. 딸이 대학에서 적응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딸은 가수가 되고 싶은데 부모는 직장을 잘 구할 수 있는 전공을 하라고 권유하여 원치 않는 학과에 진학 한 것이다. 음악적인 재능도 특별하지 않았고 외모도 평범하였다. 연예인의 화려한 생활과 천문학적 수입이 부러워 현실에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이다.

사실 축구를 좋아하는 내 아들도 걱정이다. “박지성은 연봉이 얼마다” “호나우두는 연봉이 얼마다” 등 말을 자주 하며 부러워한다. 자라서 현실에서 느끼는 차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소시민이 느끼는 부족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부모로서 걱정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미래의 직업은 무엇일까? 어린이 놀이포털 다음 키즈짱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래의 나의 직업은?'이라는 설문조사결과, 어린이들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은 연예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가장 선호하는 장래의 직업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41.6%가 압도적으로 '가수'를 최고의 직업으로 뽑았다. 가요계에 불고 있는 아이들 열풍이 어린이들의 미래 직업관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탤런트는 8.5%로 2위에 올랐으며, 3위는 선생님으로 6%를 기록했다.

10년 전만해도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었던 의사, 과학자 , 변호사 등 힘들게 공부해서 성취해야하는 직업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 났다.

연예인은 물론 좋고 부러운 직업이다. 그러나 투기 직업이다. 잘 되면 대박이지만 안 되면 쪽박이다. 이렇게 위험한 직업을 선호하는 것은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한탕주의와 힘든 일을 피하고 편하고 쉬운 길만 찾는 물질 만능의 사회 풍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어린이들이 노래 학원이나 연기 학원에 매달린다. 나라가 잘 되려면 어렵고 힘들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 가득해야 하는데 모두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만 하려 한다. 인생 자체가 연극이라지만 현실과 연극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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