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브라더스]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형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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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브라더스]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형제애

■ 브라더스 감독: 짐 쉐리던. 출연: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홀, 나탈리 포트먼.

  • 승인 2010-05-06 23:00
  • 신문게재 2010-05-07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다정한 아빠이자, 남편, 아들, 용감한 해병인 샘. 가족에 대한 의무감으로 아프칸으로 떠난다. 그의 전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족들의 행복도 산산이 깨진다. 집안의 천덕꾸러기인 토미는 가족들을 추스르며 형의 빈자리를 메워나간다. 그런데 죽을 줄로만 알았던 샘이 살아 돌아온다.


짐 쉐리던 감독은 가족드라마를 감동적으로 연출해 거장 반열에 오른 여성 감독.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빛나는 ‘나의 왼발’은 장애를 가진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폭탄테러 혐의로 징역 15년을 받은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는 ‘아버지의 이름으로’에선 아버지의 굵은 용서를 그려 극찬을 받았다. 이번엔 형제다. ‘브라더스’는 전쟁의 상처를 형제애와 가족의 사랑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형은 자상한 두 딸의 아버지이고 착한 남편이다. 동생은 집안의 천덕꾸러기다. 형이 아프카니스탄으로 파병돼 떠나는 날, 동생은 교도소를 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형의 전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족들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동생은 실의에 빠진 가족을 추스르며 형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짐 쉐리던은 죽은 줄로 알았던 형을 다시 살아 돌아오게 하면서 가족에 대한 질문을 본격적으로 꺼내 놓는다.

 가족에게 돌아오기 위해 형이 치러야 했던 인간성의 말살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는 비극이 되어 가족의 현재를 짓밟는다. 형에게 다시 찾은 가정은 예전의 따뜻했던 보금자리가 아니다. 동생이 형수를 위해 친구들과 개조해 새로워진 부엌을 보면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겨우겨우 삶을 지탱하고 살아온 형은 가족들 사이에 자신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느끼고 괴로워한다. 급기야 아내와 동생 사이를 의심하는 형에게 가족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쉐리던 감독은 동생과 가족들이 그들에게 닥친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고 포용하는지 내밀한 드라마로 들려준다. 감동을 증폭시키기 위해 일부러 꾸미는 연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형제와 아내로 얽혀든 애정관계를 통해 실타래처럼 꼬여 좀체 풀기 어려운 전쟁의 상처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동생과 형수의 불륜이란 자극적인 상황이나 포로가 된 형이 당하는 학대를 죄다 보여주기보단 관객들의 상상에 맡긴다. 그럼으로써 형제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스파이더 맨’의 토비 맥과이어는 몰라보게 홀쭉해진 모습으로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형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퀭하고 서늘한 눈빛은 불안한 심리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제이크 질렌홀은 형과 형수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했고, 나탈리 포트먼은 성숙한 매력으로 두 남자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너무 잔잔한 분위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국 개봉 당시 “마지막 순간 폭발할 때까지 긴장감이 지속되는 완벽한 오케스트라 연주”라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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