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순 한국여성유권자 대전연맹회장 |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기초단체장은 민선 4기에만 94명(전체 230곳 기초단체장 가운데 40.9%)에 이른다고 한다. 민선 1기 23명, 민선 2기 59명, 민선 3기 78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민선 4기 때 어느 기초단체에서는 2명의 기초단체장이 비리로 연이어 중도 퇴진해 세 차례나 선거를 치렀다. 또한 건설업체에게 특혜를 주고 대가로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위조 여권을 만들어 해외도피를 시도하다 발각되자 도피 중 격투 끝에 체포된 우리지방 모 자치단체장의 행태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인허가권, 인사·조직권, 예산집행권, 단속권 등 4대 권한을 쥐고 있어 각종 비리 유혹에 쉽게 빠져 들게 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즉,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거로 뽑은 지방자치단체장을 현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위법을 저지른 단체장을 법으로 처벌하거나 주민소환제를 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방법 모두 이미 일이 벌어진 후에 취하는 조치이고, 특히 주민소환제는 도입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따라서 단체장의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청렴한 후보자를 뽑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많은 후보자들이 단순한 소망이나 실천하기 어려운 사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치가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선거가 되어야 한다. 매니페스토는 구체성, 측정 가능성, 달성 가능성, 타당성, 기한 명시 등의 요건을 갖춘 정책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개념은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때문에 구체성을 지닌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서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시민단체 중심으로 벌이면서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2008년 2월 29일 공직선거법에 예비후보자공약집 조항이 추가되어 이번 6·2 지방선거에 적용된다. 이 조항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예비후보자는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기한, 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한 공약집 1종을 발간, 판매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예비후보자공약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2008년 모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에서 이 조항에 따라 만든 예비후보자공약집을 사용하여 압승한사례도 있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예비후보자공약집과 같은 매니페스토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 또 이런 공약을 단지 지키기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각종 사업들은 해당 지역발전을 저해함은 물론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러한 폐해를 줄이는 효과적인 제도적 장치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청렴하고 매니페스토를 실천하는 후보자를 유권자가 직접 골라내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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