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복 하늘문교회 담임목사 |
같은 배에 탔다가 앞부분에 있었기에 살아남은 장병들은 같은 시간에 운명의 기로에서 구원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선미(船尾) 부분에 탄 장병들은 산화하였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과 죽었다는 것의 차이가 어떠함을 극명하게 느끼는 사건이었다. 다시 한 번 전사한 분들의 숭고한 죽음을 애도하면서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산다는 것이 그렇게 거룩하고 중요한데 애석하게도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자살률이 1위라고 하는 사실과 자살자 중에 젊은이의 비율이 가장 크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 죽으면서까지도 자기의 장기를 기증하여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는 숭고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멀쩡한 신체를 해치고 스스로 자기의 생명을 끊는 일이야 말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죽을 용기와 결단이 있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작년 8월 말 몇 년 만에 종합검진을 하는 가운데 혈액검사에서 이상현상이 체크 되었다. 서울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와 조직검사를 한 결과 전립선암으로 판정 되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린 것을 남의 일처럼 보다가 내가 막상 암에 걸렸다고 하니 그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옛날부터 내가 겪어봐야 남의 사정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나는 성직자로서 암으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해 주었고 암과 투병을 하다가 돌아가시는 분도 많이 보았고 수술받는 병원에 찾아가 기도도 많이 해 주었다. 1년에 장례도 수 십 번에 걸쳐 집례를 한다.
의술이 최첨단으로 발전한 시대이지만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두려워하고 죽음에 대해 겁을 낸다. 다만 초기에 발견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완치를 기대한다. 부득이 방사선이나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크고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모든 고통을 견디고 투병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건강할 때 자신의 생명의 소중함을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흔히 견디기 힘들고 어려울 때나 좀 억울할 때 우리의 입에서 쉽게 나오는 말이 죽고 싶다, 죽는 것이 낫다,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또는 중환자실에서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위급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그러한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 5월, 자신의 생명을 귀중히 여길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생명을 사랑하자. 더 나아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랑의 운동이 일어나 모든 죽음의 세력들을 추방하는 계절이 되기를 기도한다. 예수님은 한 생명의 가치를 “천하보다 더 귀하다”고 말씀했다.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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