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못했던 과거 때문에 웃음기 없는 얼굴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편견이었다. 해맑은 웃음과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은 유복한 가정의 자녀와 다를 게 없었다.
▲ 제88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동구 가양1동 평화의 마을 어린이들이 푸르른 미소를 짖고 있다./지영철 기자 |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임건비(8)양은 코앞으로 다가온 어린이날에 매우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건비는 “어린이날에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과자를 먹고 싶다”며 “피자도 치킨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크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모가 이혼하고 친지들이 양육할 수 없게 되자 건비는 언니 건미(11)양과 함께 취학 전부터 평화의 마을에서 지내왔다.
아픈 과거 탓에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할 법도 한데 처음 본 사람에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자매는 털털하고 씩씩하기 이를 데 없다.
김길중(8)군은 평화의 마을의 소문난 장난꾸러기다. 인터뷰 도중 한순간도 장난을 멈추지 않았던 길중이는 “어린이날에는 장난을 치지 않겠다”라고 말해 곁에 있던 친구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이서진(9)양은 대뜸 자신의 손목에 '1등'이라고 찍힌 스탬프 자국을 내밀었다. 얼마 전 체육대회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한 것을 아직도 지우지 않고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서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이 경찰이라는 우종학(8)군은 “어린이날 컴퓨터 게임기를 받고 싶다. 20만 원 밖에 안 한다”라며 옆에 있던 선생님에게 이를 사달라고 졸랐다. 종학이는 “나쁜 사람들을 잡는 경찰이 되려고 오늘도 학교에서 내 준 숙제를 열심히 하겠다”며 의젓함을 보였다.
평화의 마을은 취학 전 아동을 포함해 초·중·고, 대학생까지 모두 69명이 생활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최소자(63) 사무국장은 “어린이날 아이들과 함께 엑스포공원에 소풍 가서 재미있게 보낼 것”이라며 “취업하고 결혼해서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스럽다”고 아이들을 추켜세웠다. 이어 “아이들 곁에서 함께 지내며 생활을 지도할 전문 인력을 행정 당국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원해 주실 분은 평화의 마을 ☎672-1418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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