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준 카이스트 지식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나라같이 중소기업에 대해 각종 지원정책을 많이 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외국에서 실시하는 좋은 정책은 백화점식으로 다 적용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중요한 것만 나열해도 한 페이지가 모자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소기업이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수준이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의 중소기업에 비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일정한 기준을 정해 놓고 그 요건을 충족하면 개별 기업에 대해 지원했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둘 수가 없었다. 즉 지원위주의 정책으로는 꼭 필요한 자생력과 바람직한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데 실패했던 것이다. 총 지원규모는 한정되어 있고 나눠주기 식의 지원은 바람직한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선택과 집중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을 기준으로 보면 중소기업은 대체로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첫째 유형은 대기업과 수직으로 계열화되어 활동하는 기업이 있다. 둘째로는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국내기업뿐 아니라 외국기업과도 거래하는 기업유형이 있다. 이 두가지 유형의 기업들은 주로 수출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수시장에만 전념하는 유형이 있다.
수출 대기업과 수직계열화된 중소기업에서는 그동안 양적 발전에도 불구 아직 기술혁신의 질적 고도화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즉 기술혁신이 수동적으로 진행되거나 신규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노력이 약한 편이다. 아직 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협력구도에서 수행하기 보다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기술혁신의 집약도가 떨어지고 연속성이 부족한 편이다. 반면 비교적 기술적 자립도가 높고 대기업과의 거래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들중에는 이른바 히든챔피언 기업이 상당히 포진하고 있고 기술혁신의 집약도도 높고 다른 기업 혹은 학계와의 네트워크도 잘 활용하고 있다. 정부도 바로 이같은 유형의 강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이들 강소기업의 기술혁신의 효율성을 늘리는 한 방법으로 최근 개방형 이노베이션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초기 단계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상태이며 많은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 것인지 탐색을 하는 상황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의 경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모든 기업에게 특히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입해 성공한 대부분의 기업은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이노베이션 역량을 내부에 축적해 온 기업들이다. 따라서 아직 충분한 내부 준비가 없는 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급한 도입은 조직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결국 기업을 둘러싸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느냐는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새로운 인식방법인 것이다. 즉 기술혁신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이냐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의 스마트 폰이 갖는 하드웨어의 우수성은 애플의 아이폰이 보유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비즈니스모델과의 경쟁에서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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