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학교의 하늘은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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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학교의 하늘은 파랗다

[교육단상]김윤희 대전둔천초등 교장

  • 승인 2010-05-04 23:00
  • 신문게재 2010-05-05 20면
  • 김윤희 대전둔천초등 교장김윤희 대전둔천초등 교장
학교가 가장 평화로웠을 때가 언제인지 그려봅니다.

어느 가을 날, 운동장에는 금빛 모래알이 빛나고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나 파래서 눈이 부실 때, 나는 아이들과 함께 고추잠자리처럼 맴 돌았습니다. 행복한 시간들은 평화의 대명사로 이따금 가뭇없이 다가오곤 합니다.

지금은 교장실에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러나 예전에 본 풍경을 발견하기란 그리 흔치가 않습니다. 학교 밖에 즐비한 고층 건물들이 CCTV처럼 운동장에 시선을 꽂고 있고, 삐쭉삐쭉 모가 난 하늘은 무표정하게 학교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운동장의 모래알도 더 이상 반짝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학교의 하늘이 언제나 푸르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있는 하늘이야 먹구름이 끼던 황사로 덮여 있던 상관없이 학교의 하늘만은 절대로 흐려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학교는 내 소중한 아이를 가르치고 있고, 선생님은 내 아이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학교 기상 상태는 매우 흐립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교육계를 난타하면서, 현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답을 제시하고는 이것이 정답이라고 선언합니다. 교육에 과연 정답이 존재할까요?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일입니다. 꽃 한 송이나 동물 한 마리를 기르는데도 지름길이 없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을 만드는 일이 어찌 그리 간단할까요? 교육은 성경의 한 구절처럼 바라고, 믿고, 참아내야 얻어지는 열매랍니다. 공범자 내지는 동류항이라는 비대칭 시선이 난무할 때마다 나는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이 걱정됩니다. 채찍을 맞는 선생님을 과연 우리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을지, 또한 '존경할 수 없는 선생님'이라는 오해를 우리 선생님들은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몰라서 위로의 언어조각 모음에 골몰하기도 합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그동안 비좁은 공간에서 분필가루와 먼지를 마셔왔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는 것에 비례하여 영리해진 아이들이 마치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몰라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끼'를 다독이면서 부디 바르게만 자라달라고, 그 끼가 긍정을 향해 발전할 수 있도록 팔이 아프게 껴안아 주었습니다. 선생님만의 사랑의 문법을 찾아서 밤 늦도록 불을 밝힌 적도 많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아이들이 어디선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온몸의 피로가 단숨에 사라지면서,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역시 교육의 힘이라는 긍지를 갖게 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는 주머니를 털어서 분필가루에는 삼겹살과 막걸리가 최고라면서 껄끄러운 목에 기름기를 넘겨보지만, 언제고 현역이고 싶다던 자긍심은 편견에 대한 소리 없는 저항으로 자꾸만 관절을 헐렁하게 합니다.

어느 집단에서나 밝고 어두운 명암은 있습니다. 그래도 학교가 제일 밝고 투명하니까 선생님을 믿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릴 때면 힘이 납니다. 흐린 것은 교육계의 소수일 뿐, 학교는 신성불가침 지역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학교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동심을, 교육을,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학교나 선생님을 두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 학교의 하늘은 파랗습니다. 병아리 부리처럼 입을 모은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예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두 손을 가슴에 포개고 “존경합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선생님도 미소를 지으면서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방정환 선생님이 멋지게 지휘를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노래 소리가 멀리멀리 퍼져나갑니다. 학교의 하늘은 늘 푸르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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