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을 한 고려왕이 6명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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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을 한 고려왕이 6명 뿐이라고?

■ 백지원의 '완간 고려왕조실록' 왜곡된 역사에 대한 거침없는 독설… 묘청·신돈 재조명도 눈길

  • 승인 2010-05-04 23:00
  • 신문게재 2010-05-05 12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이 책은 승자와 권력에 의해 심하게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저자의 세 번째 작품으로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정치체제를 경험한 고려시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매우 협소하고 단순하며 또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고려시대는 불교 국가이면서도 다양한 사상들이 함께 공존했고 아주 개방적이면서 활기찬 사회였으며, 우리 민족의 통일된 의식, 언어, 문화의 원형이 형성된, 우리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정치체제를 경험했던 중요한 시대였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고려시대를 재조명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당시 고려에는 저항할 군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고려가 몽골의 침공에 맞서서 30년 간 저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몽골에 항복한 고려는 이후 약 100년 동안 식민지를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당시 세계 제국이었던 몽골제국의 실체를 탐구하고 서술해 고려시대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몽골 침공 기간 중 나라를 지키다가 묻혀 버린 영웅들을 되살려내는가 하면, 고려시대 커다란 족적을 남긴 두명의 특이한 인물, 즉 개혁승 묘청과 요승 신돈에 대해 깊이 있게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또 고려왕들을 풍부한 자료를 통해 검증하고 평가하는 작업도 빼놓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이 볼 때 고려 34명의 왕 중 절반이 넘는 20명은 있으나 마나 한 허수아비에 불과했고, 나머지 10여 명의 왕들 중에서 그나마 밥값이라도 한 왕은 태조 왕건을 빼고는 광종, 성종, 현종, 문종, 숙종, 예종 등 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감스럽게도 조선의 세종과 같은 명군(名君)이라 부를 수 있는 군주는 고려에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참고할 수 있는 모든 사료들을 검토, 분석해 왜곡된 고려시대를 사실 그대로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부분에서는 독설은 물론 육두문자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명출판사/백지원 지음/424쪽/1만3900원 /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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