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고려시대를 재조명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당시 고려에는 저항할 군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고려가 몽골의 침공에 맞서서 30년 간 저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몽골에 항복한 고려는 이후 약 100년 동안 식민지를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당시 세계 제국이었던 몽골제국의 실체를 탐구하고 서술해 고려시대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몽골 침공 기간 중 나라를 지키다가 묻혀 버린 영웅들을 되살려내는가 하면, 고려시대 커다란 족적을 남긴 두명의 특이한 인물, 즉 개혁승 묘청과 요승 신돈에 대해 깊이 있게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또 고려왕들을 풍부한 자료를 통해 검증하고 평가하는 작업도 빼놓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이 볼 때 고려 34명의 왕 중 절반이 넘는 20명은 있으나 마나 한 허수아비에 불과했고, 나머지 10여 명의 왕들 중에서 그나마 밥값이라도 한 왕은 태조 왕건을 빼고는 광종, 성종, 현종, 문종, 숙종, 예종 등 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감스럽게도 조선의 세종과 같은 명군(名君)이라 부를 수 있는 군주는 고려에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참고할 수 있는 모든 사료들을 검토, 분석해 왜곡된 고려시대를 사실 그대로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부분에서는 독설은 물론 육두문자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명출판사/백지원 지음/424쪽/1만3900원 /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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