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통장 빌려주면 대출해줄게” 신종사기 주의보

저신용자 대상 피해 속출… 통장·현금카드 사기단에 팔아넘겨

#1=연기군에 사는 정모(20·여)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저신용자인 정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업체에 대출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해당업체에서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신협에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라며 정씨를 안심 시킨 후 “예금통장 및 현금카드를 보내주면 거래실적을 쌓아 신용등급을 올려서 대출 해 주겠다”고 하자 정씨는 예금통장 사본과 현금카드를 해당업체에 발송했다. 정씨는 다음날이 돼서야 자신의 통장이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2=서울에 사는 김모(40·남)씨는 얼마 전 급전이 필요해 돈을 빌리려다 대출사기를 당했다. 김씨는 지난 3월말 '마이너스 통장 대출, 누구나 가능'이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고 대출광고업체에 연락해 문의했다. 해당업체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도 향상을 위한 전산작업에 필요하다”며 장기간 사용 중인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요구했다.

김씨는 자금이 급한 나머지 퀵서비스를 통해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업체에 보냈다. 이틀 후 김씨는 은행직원으로부터 자신의 통장이 금융사기에 이용된 것을 알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다.최근 대출을 미끼로 장기간 사용 중인 예금통장(사본)이나 현금카드를 가로채는 신종사기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출사기업체는 대출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저신용자에게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으려면 장기간 사용 중인 통장의 거래내역이 필요하니 통장을 잠시 빌려주면 거래내역을 만든 후 대출해주겠다”고 속인 뒤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편취하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전화금융 사기단이나 메신저피싱 사기단에 팔아넘겨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신종사기 수법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난해 4월부터 예금통장·현금카드 매매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신규 개설한 예금통장 등의 매입이 어려워지자 장기간 사용 중인 예금통장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금감원은 풀이했다.

대출사기업체는 대출희망자와 접촉시 대포폰을 사용하고 예금통장(사본)과 현금카드를 퀵서비스나 택배로 받는 등 본인신분을 철저히 은폐해 검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급전대출을 미끼로 예금통장 및 현금카드를 빌려달라는 요구에 절대 응하지 말라”며 “넘겨준 예금통장 등이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될 경우 대출희망자가 형사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