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한의학 박사 |
이런 것을 보고 필자는 '마7기3'이라고 하고 싶다. 기술 개발이 30%정도이고 마케팅이 70%정도라는 뜻이다. 아주 우수한 물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것은 더 중요하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기술을 제품화해야 하고 이름을 지어야 하며, 매력적인 디자인과 적절한 광고 등이 필수 조건이다.
한방은 산업적으로 조금만 가공해도 성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댕기머리나 설화수가 고도의 한의학 기술이나 이론에 대한 연구의 성과물이 아닌 것은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미 검증된 한의약의 다양한 효과들에 대해 제품화하고 산업화한 것이 성공한 것이라는 뜻이다.
산업화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서양의학의 방식을 뒤쫓을 필요는 없다. 서양의학에서는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연구를 우리가 적은 예산으로 단 시간에 따라 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의학의 '틈새시장'은 아직도 많다.
예를 들면 정기적으로 검사만 하지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 수두룩하며 간단하지만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질환 등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고질적인 질환들은 셀 수 없다.
건강상태인 인류가 20%에 불과하고 인류의 40%가 질병상태이며 나머지 40%가 '반건강상태'라는 WHO(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서 보듯, 인류는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은 병의 근원을 뿌리에서 찾는 특성 때문에 만성 질환에 강점이 있다. 또한 최근의 의학 트렌드인 예방의학이나 맞춤의학에도 적격이다. IT기술이나 BT기술, 그리고 현대의 치료 기법에 한의학 치료기술을 더하면 당연히 상승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근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산업화 실용화 바람이 거세다. 출연연이 과학기술 분야 인프라 구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국민경제와 산업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오픈랩'도 이런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다. 오픈랩은 실험장비도 없고, 연구실도 없는 한방산업 기반의 중소벤처기업들의 산업화를 도와주기 위한 조직이다. 연구원의 임무는 우선 원천기술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전염병 연구처럼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국가적인 어젠다 연구를 해서 국가가 봉착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크다.
다만, 국가성장동력 확보라는 차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화 응용연구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0여 년 간 한의사로서 일선 임상을 진행하며 안타까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제품화라는 '양념'만 쳐주게 되면 '대박 상품'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조성돼 있다.
한방의 기능성을 이용한 메커니즘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의·식·주의 모든 분야에서 한의학적인 마인드로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개발하고, 전통의학 관련 신소재를 개발하면 승산이 있다. 앞으로 '제2의 댕기머리', '제3의 설화수' 신화가 만들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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