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한]범죄피해자 지원과 회복적 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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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한]범죄피해자 지원과 회복적 사법

[시사에세이]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10-05-03 23:00
  • 신문게재 2010-05-04 20면
  •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범죄피해자는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가? 연쇄살인과 성범죄,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피해로 인해 장기간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 보복 혹은 세간의 비판이 두려워서 혹은 기망당한 자신의 사려부족을 자책하여 신고조차 못하는 피해자, 또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생활까지 공개해야 하는 피해자 등 다양한 피해자들의 지위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그래서 피해자가 형사절차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국가제도가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는 범죄현상의 당사자로서 실체적 진실의 전달자(Messenger)다. 나아가 범죄피해자는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고, 사건에 관해서는 정보를 제공받고 처리에 관한 의견을 밝힐 수도 있다.

과거 범죄문제의 심각성을 논하고 효과적인 범죄대책을 수립하는 것에만 급급해 온 형사사법 아래에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 활동은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해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서 '범죄통제나 법집행 관점'으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범죄로 인해 초래된 피해의 원상회복을 형사사법절차의 중요한 이념 중의 하나로 보는 '회복적 사법의 관점'에서는 수사 활동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구된다.

테러리즘을 포함해 범죄의 피해자가 매년 2100만명이나 발생하고 있는 미국은 FBI의 피해자전문가들이 200만 달러의 투자사기를 입은 노령피해자나 17세의 가정폭력 피해자, 웹캠을 이용한 아동성추행 피해자 등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민간 피해자 서포터(VS)가 161개 지부에 1337명, 자원봉사자 6379명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경찰의 경우는 경찰청의 범죄피해 실태에 관한 계속적인 조사연구, 재피해방지조치 추진, 피해자지원에 종사하는 경찰의 연수강화, 피해아동을 계속적으로 지원하는 경찰의 기능취득 등이 관심을 끈다.

우리는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한 구조금제도라든지 비현실적인 피해구조금액, 범죄피해자에 대한 심리치유나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의 부재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벌금징수액의 5% 이상을 피해자지원을 위한 금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입법추진 중에 있는데 이렇게 되면 연 750억 정도의 기금 마련이 가능하게 된다고 하니 적극 반길 일이다.

여기에 몇 가지 제언을 하자면 첫째, 피해자를 위한 변호인 조력권의 강화가 요구된다. 자기변론능력이 부족해 피고인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충실히 대응하기 어려운 노령피해자, 아동피해자, 성범죄피해자, 고객피해자(Customer Victims)의 힘을 보충하기 위해 절실하다.

둘째, 범죄자가 피해자를 협박 또는 회유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협박가능성 여부를 미리 조사·위탁하는 방법과 피의자가 지명수배된 경우 경찰의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 제2의 범행을 막는 대안책으로도 민간탐정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가칭 '피해자통계원표'와 같이 피해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피해자 특성, 피해상황에 대한 지식을 축적한 후 피해의 예측 또는 피해의 방지에 힘써야 한다.

형사사법시스템은 단지 피해자의 권익이나 감정만을 보호하는 것이 유일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다.

그러기에 범죄자의 형사절차상 보호와 조화를 이루면서 피해자의 반복적 피해예방, 형사절차 내에서의 지위강화, 피해자보호를 지향하는 기타 법제도 그리고 원상회복과 형벌과의 관계 등에 대해 총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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