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들어 가장 맑은 하늘을 드러낸 지난 1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없었지만 청양군민들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을 중심으로 고추와 구기자 등을 키워내며 청정 지역이라는 자부심만으로 깨끗한 자연환경을 가꾸고 살아온 청양군민들은 갑작스런 구제역 발병 소식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구제역 발병 지역이 일반 농가가 아닌 평소 위생관리를 철저히하고 있다던 축산기술연구소라는데 주목하며 연구소를 향해 분을 토해냈다.
정밀 검사 결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연구소 앞으로 달려나온 배모(57·학암리)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축을 연구하는 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다는게 말이 되느냐, 축산 농가들을 위해서 연구한다더니 농가 다 죽이게 생겼다”며 흥분했다.
직격탄을 맞은 연구소 주변 축산 농가들은 망연자실했다. 타 지역의 구제역 발생소식에 그동안 소독활동을 강화하는 등 구제역 예방에 노력을 기울였던 농가의 상실감은 컸다. 무엇보다 논,밭 농사에 기력이 다해 축산 분야로 전환, 생계를 이어가던 농민들은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모(77·와촌리)씨는 “노년에 농사 지을 힘은 없고 소나 키우고 살자며 전 재산에 빚까지 내 한우 100여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어디다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지역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구제역 발병과 살처분 범위 등 향후 대책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방역당국의 대처 방식과 연구소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모(55·적곡리)씨는 “기술연구소는 평소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출입할 때마다 특별히 소독에 신경 써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 연구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것은 현재의 소독활동 등이 소용이 없다는 증거 아니겠냐”며 방역당국의 방역 활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김모(47·학암리)씨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농가들의 외출 등을 자제해달라고 하지만 정작 연구소 직원들은 대부분 대전에서 출퇴근한다”며 “연구소가 오랜 세월동안 유지해 온 청정 청양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편, 장태평 농림부 장관은 2일 오후 청양군청 상황실을 방문해 현황을 청취하고, 초소 등을 둘러봤다.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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