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사상 최초로, 구멍난 방역망에 대한 비난과 우려가 크다.
▲ 충남 청양군 축산기술연구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1일 방역관계자들이 연구소와 인근 500m 가축농가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해 땅에 매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청양=이민희 기자 |
의심증상 돼지는 30일 오후 관리인이 사료를 주던 중 유두 수포, 발굽 탈락 등이 발견돼 신고됐으며, 이날 연구소 직원이 확인 과정에서 수포가 있는 또다른 종돈을 발견, 2마리에 대해 검역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축산기술연구소는 종우와 종돈을 기르고, 송아지나 새끼돼지를 낳아 분양하는 한편, 소와 돼지의 품종개량 등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돼지 1223마리, 한우 303마리, 칡소 14마리 등 1540를 사육 중이다.
이번 구제역은 정밀검사에서 항원 검사만 '양성' 판정이 나오고, 항체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와 항체 형성 전인 감염 초기 단계로 분석돼, 발병한 종돈은 3~4일 이내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도는 또 이 곳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혈청형은 'O형'으로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 충북 충주에서 발병한 것과 같은 유형이어서 해외 유입보다는 앞서 발생한 농가 등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소는 직전에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돼지농장의 남서쪽 96㎞ 거리로, 방역대를 완전히 벗어나 있지만, 문헌상 공기(바람) 중 전파 사례가 있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2001년 구제역 바이러스가 프랑스에서 도버 해협(200㎞)을 건너 영국까지 전파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일반 축산 농가보다 체계적이고, 엄격한 방역과 소독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방역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 확진 판정에 따라 축산기술연구소에서 사육 중인 돼지 등은 물론,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17개 농가의 소와 돼지 등 1891마리, 지난달 말 종돈을 보급한 서산의 모 농장 3959마리 등을 살처분했다. 또 축산기술연구소를 기준으로 위험지역(3㎞), 경계지역(3~10㎞), 관리지역(10~20㎞) 등 3중 방역망을 설치했다.
장태평 농림부 장관은 2일 오후 청양군청 상황실을 방문해 현황을 청취하고, 초소 등을 둘러봤다.
도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가 아직 끝나지 않아 정확한 감염경로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반경 3㎞로 살처분 대상을 확대할 지 여부도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며 “예산과 충북 단양, 경기 연천의 의심 신고는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말했다./최두선·청양=이봉규·서산=임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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