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흐르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기욤 아폴리네르(Apollinaire, Guillaume)의 '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 라는 시다. 원도심을 오가며 목척교를 바라보면 미라보 다리가 오버랩되곤 한다. 미라보 다리는 그 다리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아래를 흐르는 물과 주변의 환경이 아름답다고 하던데, 목척교는 다리 자체도 미감이 높은데다, 주위에 문화예술적 환경까지 조성되니 더욱 아름다우리라 기대된다.
목척교는 오랜 시간 대전과 함께해 온 대전의 상징 중 하나다. 총 사업비 1200억원을 들여 진행되는 '목척교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목척교는 다시 한번 대전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생태하천을 복원하고, 목척교·은행교를 리모델링하며, 전선지중화와 도로정비사업 등으로 주변환경을 깨끗하게 만든다.
목척교는 나무세포를 형상화해 '에코(Echo)'와 '사이언스(Science)'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설치된다. 높이가 18m나 되고 태양열을 모았다가 야간 조명에 활용하는데, 이 빛은 기차가 지나가면서도 보인다고 한다. 옆에 있는 은행교도 리모델링되는데, 음악분수와 고사분수가 마련돼 화려한 야간조경을 선사할 것이다. 은행교 양쪽에는 무대를 마련해 연중 공연과 전시가 열릴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목척교 정비구간에 이벤트 부스, 사랑의자 및 사랑의 자물쇠, 행운의 동전던지기 등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테마도 조성된다. 이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랑의자. 의자 가운데를 깊게 만들어 양쪽에 사람이 앉으면 가운데로 미끄러지면서 밀착하도록 고안했다고 한다.
외국여행때 부러웠던 점 중의 하나가 광장이나 미술관, 공원, 거리 등 도심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문화였다. 하루 종일 흰 분칠을 하고 조각상처럼 서있는 사람이나, 젊은이들의 밴드공연, 늙은 악사의 바이올린 연주까지 사람이 있는 곳이면 벌어지는 문화예술의 향기가 나를 취하게 했다. 수준과 상관없이 수시로 열리는 이러한 공연들이 그 도시와 사람들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고, 다시 찾고 싶게 만들었다.
5월, 목척교에서는 문화재단이 마련한 다양한 공연, 전시가 거의 매일 열린다고 한다. 바야흐로 새로운 르네상스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보는 무용 한 편, 해가 뉘엿뉘엿 질 때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처럼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전천을 바라보며 즐기는 색소폰 연주….
키다리 피에로가 벌이는 거리퍼레이드가 흥을 돋우고, 페이스페인팅과 캐리커처 그려주기, 매직풍선 나눠주기 등 이벤트가 넘치는 거리…. 그림과 사진에 둘러싸여 공연과 이벤트를 즐기다 보면, 가족은 더욱 가까워지고 연인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리라.
걷고 싶은 거리, 살고 싶은 대전…. 하천에 노니는 물고기, 하늘을 나는 새와 더불어, 대전을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거듭 태어나게 할 원도심의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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