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란 사실은 전 세계가 알고 있다. 토니는 아이언맨 슈트를 국가에 바치라는 압력을 받지만 거절한다. 토니는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만끽하지만 스타크 가문에 복수하려는 아이반 반코는 위협적인 무기로 무장하고 스타크를 공격한다.
“내가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의 마지막 장면. 토니 스타크가 커밍아웃하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슈퍼히어로치고 자신이 제 입으로 정체를 폭로한 적이 과연 있던가. ‘스파이더 맨’이 3편에 이를 때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거와 비교하면 낯설고 과격한 설정이다. 아이언맨의 정체를 세상이 다 알게 됐으니 별별 시비에 휘말리는 건 당연한 일. 이제 그는 사방이 아군이자 적이다. 정부와 언론은 군비확장에 쓰일 수 있도록 아머슈트의 원천기술 공개를 요구한다. 토니의 잘난 체가 눈꼴이 신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경쟁사인 해머 인더스트리의 저스틴 해머도 토니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아이언맨 2’는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할리우드 속편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블랙위도우, 워머신 등 새로운 캐릭터를 끌어들여 사이즈를 키우고, 보다 강력한 악당 위플래시를 등장시켜 보다 더 많이 때려 부순다. 전편이 간결하게 아이언맨의 탄생을 이야기했다면 2편은 슈퍼히어로로서 겪는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춘다.
2편의 볼거리는 악당 위플래시와 전편에 비해 더욱 다양해진 아이언맨 슈트다. 전기채찍을 휘두르는 위플래시의 정체는 아이반 반코. 그의 아버지 안톤 반코는 토니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 함께 일하다가 쫓겨난 소련 출신 과학자. 안톤은 세상을 떠나기 전 아이반에게 “아이언맨의 주인공은 너였어야 했다”는 말을 남긴다. 아이반은 아버지가 연구하던 아이언맨 원천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내고 토니를 없애려 한다.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가 로마의 검투사 같은 차림으로 등장하는 위플래시는 그 존재감만으로 위압적이다.
영화 초반, 아름다운 모나코의 절경을 배경으로 레이싱카들이 질주하는 포뮬러원(F1) 대회에서 마주치는 아이언맨과 위플래시의 첫 대결은 인상적이다. 빠르게 질주하는 레이싱카를 채찍으로 절단하는 장면은 위플래시가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지닌 악당인지 시위한다.
토니와 친구 로드가 각자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아이반이 만들어낸 로봇 유닛 드론과 벌이는 대결도 흥미롭다. 여기에 섹시스타 스칼렛 요한슨이 몸에 달라붙는 검정 슈트를 입은 블랙위도우로 가세해 농염한 자태로 시각적 즐거움을 보탠다.
볼거리는 풍성하지만 뭔가가 빠진 듯 허전하다. 아이언맨에 다 큰 남자들이 환호성을 지른 이유는, 새로운 슈퍼히어로의 등장 때문이 아니다. 남자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알콜중독자에 바람둥이에 억만장자에 슈퍼히어로…. 남자라면 한 번쯤 품어봤음직한 로망 아닌가. 거기에 남자들의 값비싼 기계장치 욕망에 불을 지른다. 남들은 꿈도 못 꿀 멋진, 더 비싼 자동차를 몰고 싶은 그런 욕망 말이다. 때문에 악당과 벌이는 강렬한 액션보다 최첨단 실험실에서 제작하는 슈트의 하이테크 기계공학이 남자들에겐 더 시각적 쾌락을 제공한다. 이 볼거리가 줄어든 건 못내 아쉽다.
등자인물이 늘어나면서 내러티브도 빈약해졌다. 토니가 죽음의 위기에서 겨우 살아나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위플래시를 무찌르는 과정이 겨우 15분에 불과하다. 시시하고 허무하다.
하지만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토니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매력이 여전하고, 여전히 우아한 기네스 펠트로에, 이번에는 워머신으로 변해 토니를 돕는 로드가 있으니 아이언맨의 기반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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