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
다음날 시내를 돌아보니 NYU(뉴욕대학교) 건물은 전체를 손으로 조각하여 지었다고 한다. 자세히 살피니 건물의 외벽에 장식된 조각들이 대단히 정교함을 보이고 있었다. 이민국, 연방준비은행, 뉴욕시청, 뉴욕시장의 관저 등도 보았다. 기적의 성당은 이슬람 단체의 9·11 테러로 자취를 감춘 쌍둥이 건물 옆에서도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어 놀라웠다. 고전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건물들이 이어지다가 어느 곳에 이르면 공원이 있어 여유를 주며 도시의 경관을 한층 풍요롭게 꾸몄다.
도시 한복판의 공원 옆 건물 2층에서 오 헨리가 『마지막 잎새』를 구상하고 썼다는 설명에는 눈이 번쩍 뜨였다. 월가의 상징인 청동 황소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데 그것의 뿔을 쓰다듬고 소원을 빌면 바라는 바가 이루어진다는 속설에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번쩍대고 있었다. 황소가 월가의 상징이 된 것은 원래 그 근처가 우시장이었기 때문이라 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맨해튼의 32가 한인타운에는 제법 많은 한국어 간판들이 정겨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한인타운이 뉴욕의 중심부 가장 번화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만도 놀라웠다. 대충 살펴보니 월서은행, 동부관광, 우리집, 큰집, 뉴욕아트, 신세계 백화점, 딩동댕 노래방, 한아름 마트, 아르테스 부동산, 충무로, 서울 가든, 와우노래방, 33가 솔 사우나, 좋은 치과, 중앙일보, 한국일보, 뉴스타 부동산, 경희한의원, 이모김밥, 갤러리아 등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점심으로 된장찌개와 육개장을 먹으니 그 맛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점심식사 후 34번가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랐다. 102층에 높이가 448라는 사실은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왔다. 이 건물이 102층인 것은 이곳에 온 청교도의 숫자가 102명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새로웠다. 뉴욕에 온 사람들은 누구라도 반드시 들르는 건물이 바로 이곳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는데 20달러를 받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많은 건물들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노란 영업용 택시들이 줄을 잇는다.
뉴욕시에는 길을 따라 노란 영업 택시들이 달리는데 번호판에는 A, B, C, D 등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운전사고 경력을 표시하는 것으로 A자가 가장 안전한 택시라는 뜻이란다. 시내를 걸으며 보아도 뉴욕시의 건물들은 모두 개성을 지닌 모습으로 대단히 크고 높았다. 그러한 반면에 시가는 매우 평화로운 느낌을 주었다.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면서 인간들은 얼마나 높은 곳까지 쌓아올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한 때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계에서 제일 높았으나 이미 추월을 당한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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