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자 대전시 유성구 부구청장 |
46명의 천안함 장병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부하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며 차가운 바닷물 속에 뛰어들었다가 고인이 된 한주호 준위 등 47명의 순국장병이 묻힌 대전현충원. 유성은 이들 바다의 용사들을 기억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바라보는 유성구민의 마음은 남다르다. 유성은 국방의 도시다. 육·해·공군 3군대학과 교육사령부 등의 주요 군시설이 있는 자운대와 군수사령부가 있으며, 호국영령을 모신 성스러운 대전현충원이 있다. 제몸 돌보지 않고 살신성인한 한주호 준위도 며칠 전에 이 곳 유성 현충원에 모셔졌다. 29일 온 국민들의 추모열기 속에 장례식을 치른 46명의 천안함 순국 장병들 역시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 장병들이 있었기에 국민들은 그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바라보는 27만 유성구민의 마음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애도와 추모의 분위기속에 오늘부터 다음달 2일까지 개최 예정이던 ‘YESS 5월의 눈꽃축제’도 계획이 수정된다. 일부에서는 아예 축제를 취소하자고도 했지만 눈꽃축제는 이전의 5월에 개최된 이팝꽃 축제와 10월에 개최된 온천축제를 통합하여 개최하는 유성의 유일한 축제로, 유성구민의 자부심이었다.
작년 축제때는 36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축제에 대한 호응도가 높고 외지인도 많이 참여하는 인기있는 축제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이팝나무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그 인기가 더해 간 눈꽃축제는 대전의 대표적인 축제로 그동안 성장해 왔으며, 지난해 특허청에 업무표장도 이루어졌다.
축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전통은 유지되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가장 확실한 실패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19일 긴급 소집된 ‘축제자문위원회’에서는 심도있는 토론을 거쳐 이번 축제를 천안함 순국장병 추모제로 승화해 개최하기로 했다. 눈꽃축제가 관광 및 과학특구인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게 축제자문위원회의 중론이었다.
추모제로 변경된 눈꽃축제에서 순국 장병들은 이팝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유성구민들은 ‘YESS 5월의 눈꽃축제’를 통해 천안함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영원히 잊지 않으려고 한다. 해마다 눈꽃축제가 열렸던 국군휴양소인 계룡스파텔 광장에는 가로 50m, 세로 1.5m의 흰천에 천안함 장병과 한주호 준위 등 순국장병 47명이 후세에 길이 기억되도록 추모 퍼포먼스가 열릴 예정이다. 고귀한 생명을 나라에 바친 이들 47명의 아름다운 승천이 예술적인 삽화로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불꽃놀이를 비롯한 개막식의 화려한 무대가 취소되고 영령들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되는 이벤트성 행사도 취소되었다. 대신에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선율이 잔인한 4월의 밤을 위로해 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행사는 47그루의 이팝나무 식재 행사다. 이팝나무는 천안함 장병과 한주호 준위를 포함한 47명의 순국 장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국군휴양소인 계룡스파텔에 심어진다.
세월이 지나 그 이팝꽃이 마치 흰눈 내리듯 피어날 때면 조국과 민족을 위해 산화한 국군 장병 47명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우리 마음속에 언제까지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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