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지방자치 위기 진단-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역할’을 주제로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김학용 중도일보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와 정연정 배재대 교수, 금홍섭 2010대전유권자희망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이 참여해 지방자치 현실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편집자 주>
-사회=지방자치가 20년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뿌리내리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나?
▲금홍섭 위원장=현재 지방자치의 현실은 한마디로 '주민 없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진단할 수 있다. 주민의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부정부패 등의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가 주민들이 참여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나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지방자치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강한 단체장과 약한 의회가 문제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인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 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방재정과 균형발전의 위기 등 지방의 총체적 위기 상황도 지방자치 현실의 한 단면이다.
▲정연정 교수=우리 지방자치 제도와 현실에서 긍정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자치제도를 발굴하고 다양한 실험을 해 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제도적 측면은 어느정도 갖췄다고 보지만, 문제는 중앙과 지방의 비대칭 관계에서 제도가 내실화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도가 성숙됐음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지만, 중앙과 지방의 재정적·정치적 종속이라는 또 다른 현실과 조합이 잘 맞지 않고 있다. 재정의 위기와 지방의회의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지역 주민의 사랑방이 돼야 할 의회가 정당과 중앙의 개입으로 유권자와 괴리되고, 의회가 주민 중심적으로 구성되지 못했다.
▲원구환 교수=지방자치를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중앙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시작되고,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도 중앙의 논리가 개입돼 있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여건이 성숙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과거에 비해 오히려 지방 사무보다 국가 사무의 범위가 더 확대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앙에서는 아직도 지방을 종속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 자치단체와 의회 운영의 기본 원리가 견제와 균형임에도 1당 독재적 구조로 흘러 온 경향이 있다. 구회의 폐지 논의도 이런 제도적 견제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 본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와 관련해서도 행정단위가 광역화되면 주민 참여 기회는 더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미흡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 다양한 측면이 맞물려 지방자치의 위기로 귀결되고 있다.
▲ 중도일보와-2010 대전유권자 희망연대의 공동기획 지방자치 위기진단 좌담회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역할"주제로 28일 오전 본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김상구 기자 |
-사회=현재 구의회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이고 행정구역 개편 문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방자치와 관련해 이 부분을 어떻게 바라보나?
▲금홍섭 위원장=여론수렴 없이 무조건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려는 것은 문제다. 많은 학자와 시민단체들이 구의회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행정의 효율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몇 가지 부작용을 들어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지방자치제의 취지에 배치된다. 또 의회의 폐지는 단체장의 독주를 견제·감시할 집단을 없애는 것이다. 기초구의회를 폐지하려면 대신 광역 의회를 확대하든지 감시·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위원회를 두든지 하는 식의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 결국 지금의 논의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중앙정치의 논리로 진행되고 있다. 지방의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기도 하다.
▲정연정 교수=현재 논의가 실제 결정으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다. 여야 합의를 봐도 각론에 있어서는 정당의 이해득실과 관련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 먼저 논의돼야 할 것은 광역과 기초 행정의 권한과 역할 조정 문제다. 현재 광역 행정은 비대화된 권한만 있는 행정이고, 기초 행정은 서비스만 담당하는 구조다. 중앙과 지방은 물론 광역과 기초 행정에도 권한 이양과 함께 적절한 규모 조정이 필요하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단순히 물리적 조정이 아니라 행정적 권한 이양을 전제로 논의돼야 불균형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원구환 교수=자치구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중앙의 제도적 실패에서 기인한다. 대전시 자치구들을 살펴봐도 복지비용이 절반이고, 다른 사업을 할 여력도 없다.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논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 중앙에서 일부 문제가 있으니까 없애자는 식의 하양식 논의 구조가 문제다. 영국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단체장 선출이나 의회 구성을 지역에서 알아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의 논리로 획일적으로 구역을 개편하기 보다, 상향식으로 논의와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정연정 교수=일반화는 어렵지만 서구에서는 경쟁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자치단체 간에도 적절히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자유로운 이동과 주민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을 중앙 관리 차원 문제로 접근해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미래지향적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사회=지방자치는 결국 분권의 문제와 연결된다. 지방 분권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금홍섭 위원장=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면 분권 문제도 상당한 위기를 맞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지방 위임 사무 비율이 축소되고, 중앙 집권이 강화되는 형국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시발점으로, 지역 기업들이 역 이전하면서 지방에는 위기감이 고조 돼 있다.
지난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하면서, 단체장들은 정부의 반지방적 정책에 말 한마디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각종 감세 정책으로 인한 지방 재정이 위기에 처했고, 자치단체는 빚을 내지 않으면 운영이 안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지방 권력이 중앙정치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한다. 중앙과 지방 간 힘의 균형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지방자치 현실의 개선은 쉽지 않다.
▲정연정 교수=분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재정권의 독립을 첫번째로 들 수 있다. 지방이 재정에 대한 권한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면 권한과 사무의 이양 문제도 논의되기 어렵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도 걸림돌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 분산과 분배는 쉽지 않겠지만, 이것이 해결 안되면 지방은 모든 측면에서 성장동력을 발굴 할 수 없다. 이는 곧 지방의 종속으로 이어진다.
▲원구환 교수=분권은 일단 법률적 측면에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시행령보다도 못한 지방의 조례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재정 분권이다. 이론적으로 봐도 재정 분권이 이뤄지면 지역 경제 성장에 플러스가 된다는 견해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무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 사무 이양이 안 되니까 그에 따르는 예산도 줄게 없는 것이다. 또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정부의 감세 정책 같은 것이 지방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회=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부패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원구환 교수=부패는 꼭 지방자치의 문제는 아니지만, 자치단체장의 권한에 대한 내부적 견제 장치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단체장이 임명하는 감사담당관이 아니라 독립적인 감사기구가 필요하다. 위원회를 만들어 내부 감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중앙에서 감사를 파견하는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독립된 감사위원회 등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금홍섭 위원장=무엇보다 외부 인사가 대거 참여하는 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패는 선출직 단체장 뿐 아니라 공직자 전체의 문제다. 엄정하게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외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몇 해 전부터 대전시 등에 부패방지위원회 신설을 요구해 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부정부패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
▲정연정 교수=내부 통제가 불가능할 때 위원회 체계가 많이 얘기되는데, 문제는 위원회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권고는 할 수 있지만 처벌과 강제권이 없다. 강제권을 가진 동등한 외부 기구가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방의회 안에 감사 기구를 두고 감사 과정 등을 공개하는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부패는 결국 권한을 중심으로 생기는 것이다. 인사나 사업적 청탁은 중요한 인사권이나 사업권이 자치단체장에게 집중돼 있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권한의 분산이나 공개적 구조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또 비리 누설은 주로 내부에서 흘러나올 수 밖에 없는 만큼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상시적 고발 채널을 열어둬야 한다. /정리=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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