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안타까운 50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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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택]안타까운 50대의 죽음

[NGO소리]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승인 2010-04-28 14:06
  • 신문게재 2010-04-29 20면
  •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나이를 먹으면서 40대 혹은 50대에 건강과 관련한 중요한 변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 나도 담배 끊으면서 불어난 체중 덕에 발생한 고혈압, 고지혈증이 전해준 '건강 챙기라'는 메시지를 받고 조심하는 중이다. '무쇠도 소화시킨다'고 하는 젊은 시절의 건강에 대한 과신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건강을 잃는 화를 부르는 것을 자주 봐 오기도 했다.

▲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천안함 침몰사건은 나라 전체를 충격에 몰아넣었고, 우리는 46명의 희생자가 마치 내 형제와 이웃인 것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거기에 덧붙여 한주호 준위가 살신성인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감회를 느꼈다. 그것은 한 준위의 나이가 나와 같은 연배였기 때문이다. 나오는 배를 추스르느라 여념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추운 날씨에 차가운 물 속을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들어갈 용기와 체력을 가진 한 준위는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오히려 한 준위 희생의 단초로 작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크다.

동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오금동 박사는 아내와 대학원 동문이라는 관계로 알게 된 분이다. 처음 만날때부터 서로 친근감을 느꼈고, 오 박사는 공주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면서도 몸이 불편할 때마다 그것을 기화로 공주에서 금산에 있는 내 병원까지 방문해서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곤 했다. 소아과 의사에게 고혈압 약을 처방받으러 굳이 한 시간씩 차를 몰고 금산까지 오기도 했다.

테니스와 검도를 즐기던 오 박사는 운동과 연구 외에는 가정에만 충실한 좋은 가장이었고, 진정한 인문학자의 길을 걷는 분이었다. 한양 남산에 살던 조선시대 선비정신의 화신이라고 얘기하는 딸깍발이의 모습을 나는 오 박사에게서 보곤 했다.

'달포 전에 학회 일로 몇 달 간 무리를 한 끝에 잠시 짬을 이용해 이른 봄비를 맞으며 테니스를 친 뒤 몸살 감기에 걸렸다'는 오 박사의 전화를 받았다. 이틀 후 찾아온 오 박사의 병세는 폐렴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하루 이틀 항생제를 써보고 안 되면 입원을 해야겠다고 조언을 해주었는데, 다음 날 더욱 증세가 악화된 오 박사는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고, 중환자실에서 한 달 가까이 인공호흡기와 항생제, 그리고 질소치료를 비롯한 집중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유명을 달리 했다.

폐렴이 급성호흡부전증후군으로 진행되면서 악화되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나이가 많은 노인에게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젊은 사람에게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진찰한 첫 날에 바로 입원을 권유했다면 살아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가슴을 때린다. 빈소에 놓인 영정은 너무 밝게 웃고 있었다. 고인의 환한 웃음을 보니 더욱 설움이 복받쳐 아내와 함께 통곡 했다.

흔히 인생은 20대 청춘이라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살아보니 용기와 패기가 넘치던 20대도 좋았지만 힘은 예전만 못하더라도 지혜가 조금 더 자라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진 50대도 괜찮은 것 같다. '살아보면 어떤 나이도 다 좋다'는 말씀을 하시는 노인을 뵙기도 했다. 그래서 한창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할 나이에 먼저 간 안타까운 50대의 죽음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먼저 간 이들이 살아온 뜻을 기린다면 그들의 길지 않은 삶이 더욱 값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천안함으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선거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절이 어수선할수록 현자(賢者)가 아쉬운 법이다. 이제는 유언이 되어 버린 '정치판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오 박사의 충고를 이행하도록 노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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