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천안함 용사를 보내는 영결식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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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천안함 용사를 보내는 영결식 아침에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0-04-28 14:05
  • 신문게재 2010-04-29 20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여느 때 같으면 캠퍼스에 봄이 만연해 있을 날씨인데도 올해는 우리 사회 주변의 여러 가지 사건들 때문인지 날씨마저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갑작스런 천안함 침몰 소식에서 비롯된 마음의 응어리들이 우울한 날씨만큼이나 온통 우리 주변을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전국 각지에 차려진 분향소마다 추모하는 국민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그 아픔에 동참하려는 성금도 답지하고 있지만, 졸지에 가족을 잃은 천안함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기에는 역불급일 것이다. 사랑하는 자식을, 남편을, 아버지를 갑자기 잃은 그 슬픔이야말로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큰 아픔이 되기 때문이다. 영결식을 앞두고 요즘 며칠간 일기가 유례없이 불순한 것도 하늘이 그 슬픔을 함께 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올해는 동족상잔의 뼈아픈 6·25전쟁 6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우리의 비통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휴전된 지 어느덧 60년이 가깝건만, 또다시 전시와 같은 비극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나 역시 6·25전쟁 때 둘째 형님의 가족들을 잃은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우리 민족 모두가 치러야 했던 전쟁의 비극이었다. 단란하게 살던 가족이 기약 없는 생이별을 해야 했고, 아무 죄도 없는 부모형제가 동족의 총에 맞아 쓰러져야 했던 일들이 부지기수 아니었던가. 그래서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도 당사자들 개개 가정만의 슬픔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더욱이 희생자들은 한창 꿈과 희망과 삶의 욕구에 가득차 있던 불과 20~30세의 새파란 젊은이들이 아닌가. 대부분이 우리 캠퍼스를 오가는 대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로, 군복무중 휴가 나와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에서 어울려 다니는 모습들을 자주 봐왔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비탄에 잠겨 자포자기에 빠져 들어서도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용사들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세력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인 것이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그 책임을 묻는 후속조치들이 바로 뒤따라야 한다. 명백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야말로 사고 수습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안보 상태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잠정적으로 전쟁을 쉬고 있는 상태이지,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전쟁을 직접 체험했던 세대들이 아니기에, 휴전의 의미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가 스스로 자문하게 된다. 국가나 국민이나 모두 물질적 풍요에 도취되어 안보에 대한 의식은 희석시킨 채,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46 용사들을 떠나보내는 이 아침에 그들이 그토록 지켜왔던 군인정신과 명예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죽음으로써 지킨 대한민국 해군의 명예와 우리 군의 명예가 더 이상 실추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목적으로 더더욱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진상조사'라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군의 명예는 국가의 자존심이자, 국민의 자존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국가 애도의 날'로서 오전 10시에 1분간 추모 묵념사이렌이 전국에 울려 퍼질 것이다. 우리 대학도 장례기간 중 학교 구성원들의 추모의 뜻을 받들어 작은 분향소를 마련했다. 많은 학생들이 길게 늘어서 애도하는 모습에서 콧등이 시큰해짐을 느낀다.

장렬하게 산화한 꽃다운 젊은 청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 날을 우리 가슴 깊이 새겨야 하며, 동시에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의 애끓는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힘찬 새아침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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