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선언은 김예슬을 넘어 김예슬들의 문제였으며, 대학생 김예슬을 넘어 인간 김예슬의 문제였다. 이 책에서 그는 대학과 국가와 시장이라는 저 '거대한 적들'을 향한 과감한 문제제기로 모순의 실체를 선명하게 규정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들려오는 모든 '거짓 희망'에 맞서 하나하나 진실을 밝혀 나간다. 나아가 거대한 적을 넘어 '나 자신이 바로 그 적이다'라는 냉엄한 진실 앞에 자신을 세운다.
'이건 정말 아니다', '무언가 근본부터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명확한 언어의 샘물이 될 것이며, 시대의 모순이 개인의 문제로 내던져진 듯 이 시대에 상처받고 좌절했던 이들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용기가 될 것이다. 대학 거부 선언 이후 가장 많이 쏟아진 '도대체 왜 대학을 그만두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면 그동안 질문을 포기했던 무수한 삶의 문제들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느린걸음/김예슬 지음/128쪽/7500원
/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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