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는게 꿈이어서 서글픈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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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 승인 2010-04-27 14:02
  • 신문게재 2010-04-28 12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지난 달 10일, 고려대학교 교정에 붙은 대자보 하나가 시대의 양심을 찔렀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의 대학 거부 선언. 그로부터 대한민국은 조용히, 그러나 크게 술렁였다. '김예슬 선언'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다음 날부터 TV와 주요 일간지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으며, 각종 포털 메인에 올랐다.

스무 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한 서글픈 20대. 진리는 학점에 팔아넘기고, 자유는 두려움에 팔아넘기고, 정의는 이익에 팔아넘긴, 대학(大學) 없는 대학을 거부한 김예슬이 3장의 대자보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기보다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탈주하고 저항한 김예슬.

그의 선언은 김예슬을 넘어 김예슬들의 문제였으며, 대학생 김예슬을 넘어 인간 김예슬의 문제였다. 이 책에서 그는 대학과 국가와 시장이라는 저 '거대한 적들'을 향한 과감한 문제제기로 모순의 실체를 선명하게 규정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들려오는 모든 '거짓 희망'에 맞서 하나하나 진실을 밝혀 나간다. 나아가 거대한 적을 넘어 '나 자신이 바로 그 적이다'라는 냉엄한 진실 앞에 자신을 세운다.

'이건 정말 아니다', '무언가 근본부터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명확한 언어의 샘물이 될 것이며, 시대의 모순이 개인의 문제로 내던져진 듯 이 시대에 상처받고 좌절했던 이들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용기가 될 것이다. 대학 거부 선언 이후 가장 많이 쏟아진 '도대체 왜 대학을 그만두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면 그동안 질문을 포기했던 무수한 삶의 문제들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느린걸음/김예슬 지음/128쪽/7500원
/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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