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소나무 무작위로 잘라내

숭현서원 뒤 임야 계단식 경작지로 대규모 불법 훼손 3m 저장굴도 파… 경작자 “경지정리만 했을뿐” 발뺌

대전시기념물 제27호 숭현서원 뒤편의 임야가 중장비를 동원해 대규모로 훼손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곳은 대덕연구개발특구내 녹지구역이면서 지정문화재 인근 300m 범위 안 지역으로 허가 후 형상변경이 가능한 지역이다.

유성구 원촌동 산 35-1 숭현서원 뒤편 야산은 지목은 임야로 배나무 과수원과 일부 전답으로 사용되다 지난 17일께 중장비를 동원해 4900㎡여 면적을 계단식 경작지로 바꾸기 위해 개간과 복토를 한 상태다.

훼손된 이 야산에는 깊이 3m 가량의 저장 굴도 파놓았으며, 야산 언덕을 'L자' 형태로 잘라낸 흔적이 선명했다. 또 개간한 경작지 한켠에는 잘린 소나무 뿌리가 쌓여 있어 인근 50~100여년된 소나무와 비슷한 수령의 나무가 훼손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훼손 전 항공사진과 비교해도 붉은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훼손 정도를 가늠할 정도였다.

이곳은 대전시 향교 재단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곳으로 개인 경작자 이모씨가 수십년째 임대해 과수원, 전·답 등으로 활용해왔다.

심각한 산림훼손을 목격한 향교 재단법인은 해당 관할 구청에 신고를 했지만 해당 구청으로부터 황당한 답변만을 받았다.

향교재단 회덕향교 관계자는 “구청으로부터 기존 경작지에 길만 낸 것으로 항공사진으로 찍으니 큰 차이가 나지 않아 특별히 제재할 것이 없다라는 답변만을 받았다”며 “추후 재조사 여부를 묻자 민원조차 접수된 것이 없고, 더이상의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 유성구 원촌동 숭현서원뒤편 야산일대가 중장비를 동원해 파헤쳐진채 절개지로 변해 붉은 황토 흙이 드러나 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상구 기자

훼손된 임야는 대덕연구개발특구내 녹지구역으로 나무를 자르거나 포장, 형상변경 등을 할 경우 해당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이다.

더욱이 대전시기념물 제27호 숭현서원과 같은 필지에 포함된 지역으로 문화재 반경 300m 이내 지역이어서 해당 관청에 허가 후에나 형상변경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구청은 현지 재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임의 불법 훼손에 대해 고발 조치와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상태다.

불법 훼손을 한 개인 경작자 이모씨는 “이곳은 아버지때부터 40여년간 임차해 배나무를 경작해왔던 지역으로 나무가 무질서하고 비탈이 져 경지정리를 한 것 뿐”이라며 “과거 임야에서 전답으로 바꿔야 했지만 향교부지 였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큰 훼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신고 당시에는 훼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았지만 23일 현지 재조사 결과, 이전보다 훼손이 심각해 고발조치했다”며 “고발조치와 함께 원상복구명령도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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