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주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
그러나 생산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생산품을 만들기 위해서 문제의 원인 분석과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인력이 필요하였는데 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적합하다고 기업은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일본의 기업에서는 필요한 우수인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가 세계 1등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재채용에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전략적인 노력과 투자를 하였음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2020년까지 박사급 연구인력을 2배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여성인력도 2009년 9000명에서 2020년 1만5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보면 삼성전자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활용하는데 여성인재를 빼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은 1990년대 중반부터 우수한 여성인력을 채용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채용된 여성인력의 지속적 유지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그룹에서는 원인분석과 함께 계속 여성인력의 채용 및 활용을 늘려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적으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 정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지난 2002년 공청회를 통해 과학기술부에서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여러 가지 여성관련 과학기술정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여성관련 과학기술정책에는 '채용목표제', '승진목표제', '여성과학기술담당관제', '연구활동지원', '과학기술분야 위원회 여성참여'등을 들 수 있다.
채용목표제는 정부출연(연), 국공립(연), 정부투자(연) 등 총 99개 연구기관의 여성채용의 최종 채용목표비율이 30%를 달성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승진목표제는 25개 정부출연연구소를 대상으로 여성과학기술인을 직급별로 일정비율 이상 승진케 하는 제도로서 승진 목표비율 30% 달성 때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정부는 그동안 여성과학기술인 양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여성과학기술인 정규직 고용현황은 이공계 대학 11%, 공공연구기관 11.7%, 민간연구기관 9%정도에 불과하다. 여성과학기술인의 보직 및 승진 현황을 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이공계대학 10~11%, 공공연구기관 4~5%, 민간연구기관은 9~4% 정도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했음에도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과 활용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에 비해 효과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90년대부터 꾸준히 여성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삼성그룹의 대표(이건희 회장)의 생각에 따른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국가의 제도도 그 제도를 시행하는 측면에서 국가의 대표, 기관의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위의 결과(여성과학기술고용현황)는 제도 및 시행이 꾸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여성의 활용이 좀 더 획기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장이 어떤 생각을 갖겠다고 하는 지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하면 국가의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활용에 대한 정책은 백년지대계의 틀에서 구상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그때그때 환경에 따른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는 정확한 미래예측에 대한 정책은 물론 결정된 제도의 지속적인 시행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정책은 백년지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십년지대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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