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천 前 서산시 부시장 |
지방자치가 나름대로 많은 성과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자치단체장은 임기동안 안정적으로 지역실정에 맞는 행정을 펼칠 수 있고, 지방의회도 행정에 대한 견제자요 동반자로서의 역할 또한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지역의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함에도 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을까? 선출된 사람들만의 잘못인가? 뽑아 준 사람들에게 책임은 없는가? 그렇다면 어떤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첫째, '됨됨이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청렴한 성품과 자질,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통찰력과 균형감 있는 판단력, 그리고 포용력으로 주민의 소리를 잘 헤아리고, 함께 일할 공무원을 아우를 수 있는 덕장(德將)이어야 한다. 편협한 사고를 가졌거나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 좋은 것이 좋다는 사람, 얼마의 활동경력을 밑천삼아 한자리 해보겠다는 사람이 과연 지역의 일을 해낼 인물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둘째, 진정성과 실현가능성이 담긴 공약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헛된 공약을 남발하고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는 사람은 위험하다. 오랜 지방자치의 역사를 가진 일본에서도 '3할 자치'라는 말이 있는데, 제도적·현실적으로 훨씬 열악한 우리의 실정에서 지방선출직들이 해야 할 역할이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국가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나 시책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유권자를 현혹하는 사람은 위선자다.
셋째, 빚을 많이 진사람, 사심(私心)이 있는 사람은 적절치 못하다. 여기 저기 신세를 많이 지고 걸린 것이 많은 사람, 이런 저런 연(緣)을 끈으로 삼아 당선되고자 하는 사람은 곤란하다. 오죽하면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행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선출되면 그 직을 사업의 도구나 방패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할지는 뻔하다.
어느 군수이야기다.
약속보다 조금 늦게 군수실에 들어가니, 작은 전등 하나만 켜고서 서류를 보고 있기에 “왜 어둡게 계십니까?”하니 “점심시간이라 혼자 있는데 어두우면 어때요?”하는데 습관이 된 듯이 말하였다. 차분하면서도 신념과 열정에 차있는 모습에서 그 군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는데, 그때 일한 기반이 지금의 활력있는 고장으로 변모시킨 바탕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또 하나. 어느 지방의원은 민원이나 지역의 현안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해결하였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리와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이 공무원들의 공감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트집이나 잡고 위세를 떠는 것을 의정활동으로 아는 것은 착각”이라던 그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후보들은 자기만이 적임자이고 당선만 시켜준다면 모든 것을 다 해줄 것 같이 장담하지만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지역의 살림, 교육정책을 맡아할 대표로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제대로 일할 사람을 잘 뽑는 일이야 말로 유권자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솔깃한 이야기나 인연을 좇아 투표를 하고나서 후회하고 비판해본들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자칫 잘못 선출하면 그 대가는 너무도 크고 그 그림자는 먼 뒤 까지도 짙게 드리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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