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방자치가 20년을 맞는 해인 동시에 6·2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5기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해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그 뿌리를 깊고 넓게 내리지 못한 채 해가 갈수록 지방선거의 문제점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꿈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이상덕 2010대전유권자희망연대 공동대표 |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첫째,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후보자의 공약남발과 미이행이다. 선거 때만 되면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욕심으로 실현하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고, 임기동안 실천하기 벅찬 공약을 백화점 상품처럼 늘어 놓다보니 유권자 입장에서는 좋은 후보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정작 실현해야 할 공약은 정치적 계산으로 중앙정부와 소속당의 눈치를 살피다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후보자들이 이렇게 헛 공약과 백화점식 공약을 무차별하게 남발하는 것은 당선 이후 임기 동안 공약이행을 감시하거나 강제할 기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당선자의 무책임한 의식이 이런 일을 되풀이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무책임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전국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약 40%가 부정부패와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사법 처리돼 중도 하차했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선거와 당선 자체가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이어지는 왜곡된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둘째,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의 무관심은 후보자들이 헛 공약을 남발하면서도 이를 가벼운 문제로 여기도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유권자가 관심이 없다보니 당선자들도 굳이 공약 이행 문제를 의식할 필요가 없어지고, 시민단체들 조차 선거 때만 반짝 정책 검증에 열을 올릴 뿐 당선자의 공약 이행 등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도 자체가 가진 문제점이다. 그간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도의 폐해와 문제점은 수없이 지적돼 왔음에도, 정당공천제 폐지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법 제·개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관리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나설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공천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 헌금' 등 돈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선거 풍토와 지방자치의 문제점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2010대전유권자희망연대는 이번 6·2지방선거를 통해 왜곡된 선거 문화를 바로잡고, 지역의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의 '헛 공약'을 막는 운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단순히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을 살피는데 그치지 않고 유권자들이 먼저 부문별 정책을 개발해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제시하고 약속을 받아내, 좋은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 운동을 펼 계획이다. 나아가 당선 이후에도 임기 동안 그 약속들이 얼마나 지켜지는가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활동을 전개함에 있어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이 유권자들의 참여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유권자 혁명을 통해 참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빠짐없이 이번 선거에 참여해 좋은 정책과 후보를 선택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바람 선거가 아닌 진정한 정책 선거가 뿌리 내릴 수 있다. 또 그래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
이번 선거가 우리의 힘으로 분권과 균형발전의 가치를 지키고, 지방자치를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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