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길 산림청 차장 |
또한 최근 들어 가족, 직장동료, 동호인 등 소규모 그룹을 중심으로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대자연의 넉넉함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주 '올레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자연을 벗 삼아 걷는 이른바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숲길'이 있다. 숲길을 이용한 트레킹은 산의 둘레를 잇는 숲길을 따라 장시간 걸으면서 산림생태계 탐방과 더불어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수평적 활동 개념으로 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수직적 개념의 등산과 다소 차이가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07년부터 시범적으로 숲길 조성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외곽지역 둘레를 잇는 총 연장 300의 '지리산숲길' 조성을 추진해 지난해까지 71를 조성해 개통한 바 있고, 경북 울진의 빼어난 금강소나무 숲을 트레킹할 수 있는 '금강소나무숲길'을 조성해 다음달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시범적으로 조성해 온 숲길의 개념과 체계를 새롭게 정립해 새로운 걷기문화를 창출하려는 정책적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지역별로 조성될 300개소 5000여의 숲길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축해 마을간, 지역간 문화를 소통시키고, 마을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산림생태와 경관, 지역문화·역사를 아우르는 '트레킹숲길 네트워크 조성'을 위한 관련법률 정비 등 숲길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트레킹숲길을 조성해 운영 중에 있다. 미국은 동부 애팔레치안 산맥을 따라 동부 14개주에 걸쳐 총 연장 3480의 '애팔레치안 트레일'을 조성해 운영 중에 있고, 일본은 1970년부터 도카이 자연보도를 시작으로 8개의 자연보도가 조성되어 현재까지 총 연장 2만 6000의 자연보도를 조성해 운영 중에 있다. 스페인 또한 프랑스 국경의 론세스바예스부터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 산티아고까지 약 800km에 이르는 옛 순례의 길을 복원해 트레킹 코스로 이용하고 있다.
산림청이 지난해 충북대학교에 의뢰해 조사한 등산활동의 의료비용 대체효과를 살펴보면, 등산 활동으로 인한 연간 의료비 절감액은 2조 8000억원으로 2007년 민간의료비 27조 6000억원의 10.2%, 공공의료비 33조 7000억원의 8.4%, 국민의료비 61조 3000억원의 4.6%인 것으로 조사된바 있다. 등산 활동은 개인에 대한 의료비 절감을 넘어 국가차원의 의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인 셈이다.
한편, 근래 들어 숲의 질병치유 효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피톤치드·음이온·경관·소리 등 숲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치유하는 활동인 산림치유는 독일·일본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널리 활용되어 오고 있다.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아토피피부염이나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유경험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질환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녹화성공 국가다. 과거 황폐된 산림을 단기간에 울창한 산림으로 만든 성공신화를 갖고 있다. 이제 우리의 울창한 산림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국민의 행복지수를 한단계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 시기가 됐다. 혹자는 “숲속에 나 있는 숲길은 종합병원이요 이 숲길을 걷는 자신의 두 다리는 의사”라고 말한다. 그만큼 숲이 이롭다는 말이다.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이번 주말 일상에서 벗어나 숲으로 떠나 넉넉한 숲과의 건강한 소통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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