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덕상 화백에게 동양화를 익힌 꼬마 천재화가는 17년간 절 생활을 하면서 작업한 불화(佛畵)작가, 높은 산과 깊은 계곡, 바닷가에서 펼치는 행위예술가, 거침없는 누드 퍼포먼스를 펼치는 문제 작가 등 그는 화단에서도 기인으로 통한다.
전국 곳곳을 떠돌아다닌 것은 물론 120번 이사를 했다는 그는 “어릴 적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지만 대외활동은 마다한 채 칩거해서 작품활동만 하다 보니 가난하고 살 곳이 없어 젊은 시절 전국을 떠돌았다”며 “30여 년 전 대전 갑천변에 잠시 산적이 있으며 3일 만에 이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듯 자주 이사를 다닌 이유는 한곳에 머물러 살만큼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인데 잦은 이사를 하면서도 그림만큼은 보물처럼 싸들고 다녀 지금까지 보유한 작품만 2만점이 넘는다.
몇 해 전부터 고향인 경남 함양군 내 용추계곡에 정착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작품제작과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정 화백은 “일찌감치 어딘가에 소속돼 활동하고 작품을 내다팔기도 했다면 돈을 꽤 벌었을 텐데 그저 묵묵히 예술만 하다 보니 늘 가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정 화백이 일흔을 넘긴 나이에 전국 순회전시회를 시작한 것은 그의 꿈인 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서인데 지난달 서울경찰청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대전을 선택했다.
그를 대전으로 이끈 사람은 정 화백의 매제 나종환 윈텔 대표인데 나 씨는 “자연에 파묻혀 작품활동에만 몰두했던 정 화백의 아버지 작품과 55년 작가생활을 통해 모은 수만 점의 작품들을 무진참미술관을 건립해 보존하고자하는 정 화백의 뜻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대전에서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화백은 “문화는 이 땅의 풀뿌리(民草)들에게 고루 스며들어야 한다”면서 “현재의 무진참미술관은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로 13㎡(약 4평)남짓한 방에 대우주의 신비와 관음도, 신선도, 발묵채색, 서예, 사군자, 누드화 등 20점 이상의 작품이 걸려 있다”고 소개했다.
“무진참미술관을 작품전시에만 머무는 미술관이 아니라 주민과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재창조할 계획”이라는 정 화백의 대전전시회는 오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대전MBC 1층 갤러리M에서 열린다. /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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