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
오히려 우리의 초기 매니페스토 운동이 어떻게 이번 6·2지방선거를 통해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것인가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개별 정당의 공천을 확정받은 후보자들은 다양한 공약들을 벌써부터 제시하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이들의 공약이 뚜렷한 차이가 없는 그저 '보기 좋은 공약'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후보자들도 공약 만들기 선수(?)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고, 공약에 대해서만은 낙제점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은 모두 좋아 보이는 공약은 오히려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매니페스토 운동의 진화가 필요한 것이다. 유권자들의 속내는 그 멋진 공약들이 믿을 만한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매니페스토 운동의 진화에 대한 해답이 있다고 판단된다. 후보자 공약의 신뢰 기준을 공약 내용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공적 책임 주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공적 책임의 주체는 바로 후보자들이 소속된 '정당'이다.
흔히 매니페스토 운동의 성공사례를 영국이나 일본의 사례에서 찾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성공의 원인은 바로 후보자를 선거에 내보는 정당의 매니페스토가 철저하게 지켜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정당들은 후보자 공천 외에 개별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에 대해 사전에 어떻게 점검했고, 또 어떤 공약에 대해 정당의 책임을 걸겠다는 약속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보다 실효성을 갖게 되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공천이 확정된 후보자들의 공약 중 공통 및 대표 공약에 대해 소속 정당들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매니페스토 해야 하고, 또 이러한 과정 전에 후보자들은 소속 정당과 공약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존 우리의 매니페스토 운동이 후보자와 유권자 간의 양자적 운동이었다면, 이제 정당-후보자-유권자라는 3자간의 약속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3자간의 약속이 명시되면, 후보자들은 자신의 대표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 즉 공약 실천의 장애요인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된 내용을 유권자들에게 '약속'해야 할 것이다. 공약의 숫자가 많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의지와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것에 대비한 극복방안을 다각도로 제시하는 '전략적' 명시가 필요하다. 이쯤되면 선거 막판에 불어주는 '바람'에 기댄 결과에 노심초사하기보다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유권자 속으로 정당과 후보자가 다가서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왜냐하면, 이런 모든 과정으로 정책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선거는 정당-후보자-유권자의 유기적인 역할과 책임을 전제로 운영되어야 하는 만큼 정책선거의 새로운 국면 전환이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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