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형 천양원 원장 |
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아버지 없는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정이 해체되어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고 시설에서 양육 받아야 하는 아동·청소년들은 마음 한 구석에 항상 상실감을 지니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실감이 분노나 적대감으로 변형되지 않고 안정된 정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설의 지도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부단히 애쓰고 있다. 음악을 통한 정서지도는 대단히 좋은 방법의 하나다.
거친 성품을 치유하기 위해 31년 전, 미국인 고 몬시뇰 신부가 '부산 소년의 집'에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지난 2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세계적인 공연장 카네기 홀에서 그들이 세 차례의 커튼콜을 이끌어 내면서 성공적인 공연을 이룩했다는 뉴스를 보고 부러움과 함께 그들의 쾌거에 힘찬 박수를 보낸바 있다. 이제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와 그의 아들 정민씨가 지도하고 있으니 더욱 발전하리라 믿는다. 이번 경험으로 그들은 일생동안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우리 시설은 2년 전 25명의 아이들로 관현악 합주단, '하늘소리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부산 소년의 집 아이들의 기량을 발휘할 날이 오리라 확신하고 오는 24일 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연주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요즘 매일저녁 지휘자 홍순구씨의 지도에 아이들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사자왕의 행진/수닭과 암탉/거북이/코끼리/백조 등 동물들을 주제로 만들어진 '동물의 사육제'를 연주할 때는 동물의 특성을 악기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몹시도 신기해하는 모습이다.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초등학교 5년생 막내 송현준군과 이상준군은 연습하기 힘들지만 참 재미있어 한다. 중2년생 박준 군은 앞으로 음악가가 될 자질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번 음악회는 후원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하여 기관 단체들과 시민들에게 그동안 도움에 감사하며, 시설 아이들이 바람직한 인격과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관현악 합주는 지휘자의 지시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주를 해야 한다. 연주자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이번 연주는 미흡한 수준이지만 연륜을 쌓아 가면 이러한 높은 경지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이번 희생자들을 구하려다 숨진 고 한주호 준위를 비롯한 38명의 전사자, 8명의 실종자들은 가족들과 온 국민들의 가슴속에 큰 슬픔을 주었지만,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니었으며 또한 그들의 희생은 더 강한 우리 군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하늘동산 친구들도 모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음악으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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