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정원'은 아름답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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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정원'은 아름답습니까?

<도서관 사서들의 맛있는 책 읽기> ■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승인 2010-04-20 14:18
  • 신문게재 2010-04-21 12면
  • 황선애 한밭도서관 사서황선애 한밭도서관 사서
개인적으로 많은 성장소설을 봐왔지만 이 책만큼 잘 짜여진 책은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며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한 심윤경 작가의 첫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인왕산 아래 산동네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인왕산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동구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7살 동구는 6년 만에 예쁜 동생을 얻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밤 열두시에서 한 시 사이에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부부가 잠자는 안 방문을 한 번 홱 열어젖혀야 직성이 풀리는 할머니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할머니 성격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할머니와 엄마 사이의 고부갈등, 그 사이에 끼여 무조건 할머니편만 들어주는 아빠. 이 때문에 집안 분위기는 언제나 살얼음판이다. 동구는 하염없이 이해심이 많고 착한 아이지만 가족 내부의 갈등 때문인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읽기와 쓰기를 할 줄 모르는 난독증에 빠지고 만다.

이런 분위기에서 태어난 영주는 타고난 영리함과 귀여움으로 사랑을 독차지하며 한순간에 집안 분위기를 주도한다. 한글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세 돌도 되기 전에 한글을 읽게 된 영주를 동구는 한없이 예뻐하며 귀한 보물처럼 업고 다니며 애지중지한다. 영주의 돌을 앞두고 생긴 고부갈등으로 아버지가 엄마에게 발길질까지 했을 때 분기탱천한 영주는 오뚜기 장난감을 날리면서 “떼찌야!”를 외치는 영주의 한마디가 선명하게 떠오르니 영주의 활약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영주 외에 가족 간의 묶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또 한사람이 있다. 바로 동구의 담임인 박 선생님이다. 난독증을 이해해주고 동구가 엄마, 아빠의 입장, 할머니의 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

박 선생님의 도움으로 글을 읽게 된 동구지만 1980년의 뜨거운 시대적인 상황이 그의 우상인 박 선생님을 빼앗아가고 이어 감나무에 달린 감 한번 만져보려던 영주마저 그렇게 사소한 일에 잃게 된다.

영주는 우리 식구들 중에 유일하게 애정 표현이 자유롭던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 아이가 벌리는 팔과 그 아이가 내미는 입술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 아이를 통하지 않고는 웃지도, 이야기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게 길들여져 있었다. 우리 가족들은 마치 신호등이 고장 난 네 갈래 길에 각각 서 있는 당황한 사람들처럼, 서로 말을 걸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로 바라만 보게 되었다. 우리의 소통이 엉키지 않도록 요술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는 기다리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하고, 누군가는 좌회전하도록 지도하던 우리의 푸른 신호등은 영원히 잠들어버렸다. 우리는 신호등 없이는 교차로를 지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273쪽)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할머니는 다른 식구들과 달라. 할머니는 아무런 희망이 없거든.' 갑자기 주위에 정적이 찾아 들었다. 눈을 번쩍 뜨니 은종 같은 때죽 나무 꽃이 한줄기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 맑은 종소리도, 청아한 향기도 느끼지 못했다. 텅 빈 두개골 속에 선생님의 목소리만이 메아리 쳤다. 할머니에게는 희망이 없거든. (302쪽)

도대체 이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동구는 이 아프디 아픈 성장통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 동구의 진지한 선택을 따라가 보길 바란다.

이 글을 쓰려고 책상위에 올려 내어 놓은 책이, 오랫동안 책에서 손을 놓았던 남편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는 이틀 뒤에 돌아왔다. 덕분에 오랫만에 남편과 참으로 맛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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