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룡 특허청 차장 |
이런 사정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을 한국 기업으로 인식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다. 미국의 마케팅 컨설팅 업체인 앤더슨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을 우리나라 기업으로 알고 있는 외국인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글로벌 기업의 특성상 어느 나라 기업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코카콜라를 미국 기업으로, 도요타를 일본 기업으로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이나 개인의 활동이 소속된 국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국가브랜드는 기업 및 개인 브랜드의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이 '파워 브랜드'를 만드는데 온 힘을 쏟는 것도 브랜드 파워가 결국 제품의 구매력과 부가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9년 1월 KOTRA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제품은 선진국 제품에 비해 70% 수준으로 저평가되어 판매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일이 외교적·경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국가브랜드가 단순히 경제력이나 군사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기에 더해 한 국가에 대한 호감도와 국민의 신뢰도 등을 총칭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가브랜드를 높이려면 우리 국민이 외국인으로부터 호감과 존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신뢰에서 출발하고,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신뢰는 지식재산 보호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지식재산 보호의 첫 걸음은 남의 지식을 내 것과 똑같이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다.
지난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식재산권 감시대상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시켰다. 목록을 작성한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또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우리의 지식재산권 보호지수는 2008년 37위에서 2009년 33위로 향상되었다. 이는 특허청을 비롯한 정부의 지식재산 보호 정책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 형성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USTR의 감시대상국인 인도와 브라질이 IMD 지수에서 각각 35위와 39위인 점을 감안하면 만족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청도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 시민모임 등 많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지식재산을 존중하는 범시민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4월 26일은 세계 지식재산권 기구인 WIPO가 제정한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 우리 국민들이 지식재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또한 올해 11월에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에 맞추어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만큼은 G20을 넘어 G5라 할 수 있는 IP5(지식재산 5강미, 일, EU, 중, 한)체제로 재편했다는 자긍심과 함께, 과연 우리가 그에 걸맞은 시민의식을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식재산 보호를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순간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모아질 때 친(親) 지식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성숙한 세계국가로서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순위도 경제규모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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