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홍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변호사 |
누군가에게 알려질까봐, 요란한 송별식이 될까봐 조용히 새벽길을 몰래 떠나며 멀어지는 섬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두 수녀님!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가서도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는 한글 좌우명을 방안에 써 붙이고 소록도 꿈을 꾸고 계시다는 두 수녀님을 생각하면서, 사랑과 봉사의 참의미를 되새겨 본다. 고향의 가족들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곳, 그것도 남들이 꺼리던 한센병 환자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돌보면서 한평생을 보낸 두 수녀님은 우리에게 나눔의 철학을 웅변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소외되고 외롭던 소록도에는 두 수녀님과 같이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벌여온 천사들이 많다. 대전에서도 어느 대학 교수의 지도로 매년 많은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알게 모르게 소록도를 다녀오고 있고, 다음달 8일 어버이날에도 다시 그곳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은 매년 소록도로 달려가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그들과 애환을 나누는 진정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소록도를 한 번 다녀온 뒤, 그곳을 잊지 못해 1년 간 1주일에 한 번 씩 그곳을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한 여학생도 있다.
우리 민족은 이웃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면 서로 누가 먼저라 할 것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온 전통을 갖고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회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천사들이 있어서, 우리는 행복하다. 특히, 대전은 전체 시민의 10% 이상이 자원봉사자로 등록되어 있어 인구대비 자원봉사자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이고, 소외된 이웃을 후원하는 후원인구 비율도 전국 최고라고 하니, 자원봉사 1위 도시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한다. 그 결과, 2008년 자원봉사 부문 기관상으로 대전시가 대통령상을 받은데 이어, 2009년에는 대전시 자원봉사연합회가 다시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산업정책연구원이 일반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었는데, 그 바탕에는 대전이 가진 여러 가지 큰 장점들이 있었겠지만 자원봉사 1위 도시라는 점도 큰 비중을 차지했으리라 본다.
이제 완연한 봄날이다.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고, 바로 이웃에 우리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손도 내밀지 못하고 어두운 곳에서 희망을 읽고 울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나부터 살펴봐야 하겠다. 그리하여 따스한 봄기운을 함께 느끼고 싶다. “진정한 봉사란 남에게 과시하고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라 했다. 천사같은 두 수녀님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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