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만 함께하는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무엇보다 우리에게 가슴 저미는 슬픔을 안겨준 천안함의 눈물 때문이다. 공휴일 늦은 밤에 들려온 가슴 철렁이게 한 소식으로 인해 온 국민의 눈에는 불안과 분노, 슬픔이 가득하고 그 눈망울에 고인 눈물이 우리에게 아픔을 같이 하게 한다. 갑작스런 충격으로 선체가 두 동강나며 차가운 바다 속 깊이 가라앉은 천안함. 바다는 그 배만 삼킨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들과 아버지, 남편을 모두 삼킨 것이다. 차가운 배 안에 있을 아들 생각에 평생 흘리고도 남을 눈물을 다 쏟아내고, 언제부터인가는 희망의 끈을 놓고 오열로써, 피눈물로써 시신을 기다리는 희생자 가족들의 심경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희생을 막고자 조속한 인양을 선택하며 싸늘한 주검만을 오직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기다려 온 가족들이다.
정부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순국한 고귀한 희생에 대해 국가가 무엇인지, 왜 존재하는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국민들이 특히 우리의 젊은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정확한 침몰 원인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규명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과 국제사회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 초미의 관심사가 된 현 상황에서 어설프게 보안이라는 논리로 은폐 또는 축소한다는 의혹을 품게 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책임의 소재가 밝혀지면 단호하게 조치하여야 한다. 지금은 전쟁 중일지 모른다. 따스한 봄볕만을 즐길 때가 아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더더욱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실감케 한다. 반세기가 넘는 대치 상황에서 위기 상황에 둔감해진 사람들도 없진 않겠지만, 전선을 맞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식목일을 맞아 산과 들에 나무를 심으며 미래의 숲을 기약하면서도 개성 공단과 금강산에 대한 북의 포고에 가슴을 졸여야 하고 일상의 평온이 언제 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몸서리치게 한다. 지금 심는 한 그루 나무가 언제 불탈지 모른다는 현실은 봄날을 즐길 수만은 없게 한다.
아직은 어려운 경제 현실도 봄볕을 어둡게 한다. 대외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생산과 내수 증가 등 경제 관련 각종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나 피부로 느끼기에 아직도 불황의 그늘이 짙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시민들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실직이나 개인파산 등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아 마음이 한껏 무겁다.
그러나 다시 시작이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주저앉지 말고, 먼저 행동하고, 먼저 실천하고, 먼저 변화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자랑스럽다는 긍지를 심어 주어야 한다. 동계올림픽에서 조국의 위상을 드높인 젊은 선수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 정부가 되어야 한다. 이제 곧 어둠이 가고 새 날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새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새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순직하신 천안함 장병들, 생업을 포기하고 대한의 아들들을 구하다가 희생되신 금양호 선원들, 고(故)한주호 준위님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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