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7시. 대전역 앞 무료진료소 희망진료센터가 소란스럽다. 무료로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환자들과 술에 취한 노숙 환자까지 진료소가 북새통을 이뤘다.
▲ 16일 대전역 앞 희망진료센터에는 오후 6시부터 무료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 오는의료보험 미혜택자들과 노숙인, 쪽방촌 거주민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지영철 기자 |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이곳을 찾은 김모씨는 측정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높은 혈당을 기록했다.
오랜 노숙생활로 규칙적이지 못한 식사와 술이 문제였다. 김씨는 질병이 심각해 보건소 진료를 예약하고 약을 받아 돌아갔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진료를 받아왔다는 최모씨는 “진료비 걱정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희망진료소가 있어 정말 좋다. 만약 이곳이 없다면, 약국에서 약을 사먹기도 힘든 처지”라고 토로했다.
희망진료센터에서는 일반의 진료를 비롯해 치과, 물리치료, 한방진료는 물론 약 처방과 약까지 받을 수 있다. 무료진료를 한다 하더라도 유료 처방전을 내줘 약을 받을 수 없는 형식적인 무료진료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1999년 몇몇 '인도주의 실천협의회'소속 의사들이 대전역 앞에서 거리진료에 나섰다.
이들은 노숙인 건강 실태조사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거리진료를 실시했지만, 쉴새 없이 밀려드는 노숙인들과 차상위 계층 환자들을 보면서 무료진료소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게됐다.
의료 선교를 하는 원용철 목사를 비롯한 이들 의사들은 뜻을 함께 해 벧엘의집 지하에 무료진료소를 열었다.
몇몇 의사들이 뜻을 모으며 출발했던 희망진료센터가 10년이 지난 지금 연간 100여명의 자원봉사 의료인이 연간 5000여 건의 환자를 돌보는 중추 의료센터로 자리잡았다.
지금의 희망진료센터가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컸다.
이곳에서 만난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규철(35)씨는 벌써 7년째 이곳 희망진료 센터와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 2004년 1대 공중보건의로 발령 받아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했지만 대학생활 내내 무료진료소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던 평범한 의대생이었다.
낯설기만 했던 희망진료센터에서 생활하면서 “지금껏 뭐하면서 살았나하는 후회가 들었다. 작은 도움이라고 주고 싶었다”라고 회고한 조씨는 군복무 이후에도 개원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쪼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단지 저소득층이라는 이유로 안정적이고 양질의 진료를 받을 권리 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좋은 시설의 공공병원이 신속히 설립돼 의료의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희망진료센터는 지역의 충남대, 을지대, 건양대 등 의과대학 봉사 동아리 학생들의 봉사와 지역의 30개 개원의들의 협력 병원 지원, 100여명의 의사와 약사, 치과의사 등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희망진료센터 원용철 목사는 “많은 후원자와 제약회사 등의 도움으로 희망진료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곳은 대전시 차원의 공공기능 병원이 없기 때문에 운영되는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이 든다”며 “궁극적으로 이곳이 사라지고 노숙인들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립병원의 운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후원문의 042- 252-5255~6)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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