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함성 있었기에 민주사회 있어”

  • 사회/교육
  • 미담

“4·19함성 있었기에 민주사회 있어”

■ 신종구 4·19민주혁명회 대전충청연합지부장

  • 승인 2010-04-18 15:43
  • 신문게재 2010-04-19 5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4·19혁명, 그날의 함성이 있었기에 오늘날 민주화 사회가 있는 겁니다.”

1960년 4월 19일 오전,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4·19민주혁명회 대전충청연합지부장 신종구(72)씨는 서울시청 광장에 있었다.

검은 교복의 앳된 고등학생 뒤로 작업복 차림의 청년, 멋들어지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등 가릴 것 없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모였다.

각자 온 길은 달랐지만 이 땅의 민주화라는 갈 길은 같았다.

궐기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경무대가 있는 효자동, 정치깡패 본거지인 동대문, 내무부(현재 행안부)로 통하는 을지로 쪽으로 각각 나눠 행진을 시작했다.

신씨는 을지로 대오에 합류했다.

오후 2~3시께 경찰이 발포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경찰이 왜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가? 자유당 정권이 결국 국민을 죽이는구나”라는 탄식이 들렸다고 신씨는 회고했다.

목이 터져라 “자유당 정권 물러가라. 이승만 하야하라”를 외치던 신씨는 을지로와 종로2가 사이에서 경찰이 쏜 총알 2발을 왼팔에 맞았다. 귀청을 찢을 듯하던 동지들의 함성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것이 신씨가 기억하고 있는 4·19 혁명의 기억이다.

신씨는 “한참 만에 눈을 떠 보니 동대문에 있는 이화여대 부속병원 복도였다”며 “총을 맞고 중상을 입은 동지만 그 병원에 100명이 넘었다”고 처절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왜 시위 현장에 갔었느냐는 질문에 신씨 답변은 단호했다.

그는 “사사오입 부정선거 등 자유당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했고 관공서뿐만 아니라 민간회사도 자유당 끈이 없으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민생도 피폐했다”며 “부정부패 척결과 민주화를 위해 그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충북 증평 출신인 신 지부장은 충북 증평이 고향으로 한국전쟁 때 대구로 피란, 피란민 학교인 대구 서부고교를 졸업해 4·19가 일어나던 그해, 서울에서 취업과 대학교 진학을 준비 중이었다.

4·19혁명은 자유당 정권이 막을 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신 지부장은 이듬해 5·16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로부터 건국포장을 받았다.

1963년 대전에 있는 조폐공사에 취직(1980년 퇴직)한 이후 신씨는 지금까지 대전에 뿌리내리며 살고 있다. 2007년 설립된 4·19 민주혁명 대전충청연합지부를 운영하며 가금씩 대전에 있는 동지들을 만나 격동의 1960년 봄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는 4·19혁명의 정신을 후손들이 계승해야 하고 대전시민들의 민주화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신씨는 “올해 대전에서 4·19 관련 행사가 없고 지역 내에 4·19 기념탑도 없다는 것이 씁쓸하다”며 “정기적인 심포지엄 개최 등으로 4·19정신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한성일이 만난 사람]정상신 대전성모여고 총동문회장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