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대재앙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구. 자원은 희박하고 도시는 약탈자와 악당으로 가득하다. 일라이는 신의 계시를 받들어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책을 서부로 옮기는 중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악당 카네기는 책을 빼앗기 위해 일라이를 뒤쫓는다.
‘일라이’에서 볼거리는 시원한 액션이다. ‘본 얼티메이텀’의 액션을 지휘한 제프 이마다와 이소룡의 제자인 무술가 댄 이노산토는 주변 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액션으로 일라이의 생존 본능을 표현했다. 하지만 극중 일라이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그의 싸움은 독창적이고 필사적이며 거칠어서 더 실감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열쇠를 지키려는 일라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그걸 빼앗으려는 카네기, 둘의 목숨을 건 대결이다.
배경은 서기 2043년, 알 수 없는 대재앙으로 지구가 폐허가 된 지 30년이 지났다. ‘그날 이후’라는 설정과 아메리칸 히어로의 상징인 덴젤 워싱턴의 출연만으로 엄청나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 현재의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적들과 사투를 벌이는 영웅의 모습을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지루하거나 실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인류 전체의 파멸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대의와 신념을 지켜내는 한 남자의 모습은 액션 일색인 영화들과는 또 다른, 그 이상의 강력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덴젤 워싱턴을 구도자로 만들어주는 게리 올드먼의 악역 또한 극명한 대조를 통해 강렬한 포스를 전한다.
일라이 역의 덴젤 워싱턴이나 카네기 역의 게리 올드먼 모두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 두 사람의 펼치는 연기 대결을 통해 앨버트와 알렌 형제 감독은 인간이 태초부터 함께 했던 선악의 의미를 묻는다. 여기에 강렬한 액션과 황폐한 지구를 아름답게 담은 영상이 ‘일라이’를 탄생시켰다.
영화의 백미는 막판의 묘한 반전이다. 그러나 그 반전이 현실 속에서도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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